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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통장정리가 안되네" 허탕 친 고객들… 편의성 되레 떨어져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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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공동 ATM' 이용해보니…
기존 4대 은행 ATM 4대 공간에
공동 기기 2대만 남겨 시범 운영
전담 은행 아닌 타행 통장 못읽어
이용객 대부분 고령층 불편 늘어
은행 "시스템 개선 어렵다" 입장


파이낸셜뉴스

지난 5일 고객들이 경기 하남 덕풍3동 이마트 1층에 위치한 4대 은행 공동 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이용안 기자 지난 5일 경기 하남 덕풍3동 이마트 1층에 위치한 4대 은행 공동 ATM에서 신한은행 통장을 넣자 '통장을 읽을 수 없다'는 안내 화면이 떠올랐다. 사진=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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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경기)=이용안기자】 "전에는 이곳에서 신한은행 통장정리를 했는데 지금 통장 인식이 안 된다고 하네요. 갑자기 이러니 당황스럽기도 하고."(경기 하남에 거주하는 58년생 오씨)

"카드는 신한카드, 국민카드 할 것 없이 출금, 조회, 이체업무 모두 이용가능한데 통장은 국민통장만 되니까 불편하네요."(경기 하남에 거주하는 56년생 김현숙씨)

지난 5일 오후 경기 하남 덕풍3동에 위치한 이마트 하남점을 찾았다. 먼저 신한은행 통장을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넣었다. 순간, '이 통장은 읽을 수 없습니다. 직원에게 문의해 주십시오'라는 안내창이 떴다. 결국 통장정리를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했다. 이날 이곳에는 통장정리를 하러 왔다 헛걸음 친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기존에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ATM 4대가 각각 있던 공간에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공동 ATM 기기 2대만 남은 탓이다.

지난 4일부터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은행은 이마트 하남점·남양주 진접점·화성 동탄점·광주광역시 광산점에서 공동 ATM 2대만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하남점은 KB국민은행, 진접점은 신한은행, 동탄점은 우리은행, 광산점은 하나은행이 전담해 운영한다. 해당 ATM에서 발생한 거래 수수료는 서로 정산해 나누게 된다. 각 은행들은 공동 ATM을 시범 운영한 뒤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한 공간에 4개 은행의 ATM이 모두 있는 공간에서 특정 은행 고객만 많은 경우 다른 은행의 경우 ATM 운영에서 비용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한 은행이 특정 공간의 ATM을 모두 관리하면 비용 면에서 효율성이 올라간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핀테크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비대면 거래 증가로 ATM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행이 협업해 공동 ATM을 운영하면 오프라인 고객 잡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4대 은행 공동 ATM기기는 취지와 달리 고객 편의성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특히 공동 ATM에서는 고객이 운영 주체 은행의 통장을 제외한 타행의 통장을 사용할 수 없는게 문제다. ATM을 이용하는 고객 가운데 고령층은 주로 통장을 사용하는데, 이들로서는 공동 ATM 시행으로 불편이 늘어난 셈이다.

이날 이체업무를 하기 위해 ATM을 찾은 강유정씨(40)는 "기존과 달라진 점이 없다"며 "오히려 처음에 신한카드도 기존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는지 확실치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자씨(75)는 "공동 ATM 기기가 늘어나면 통장을 사용하는 사람은 더욱 불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정이 이런데도, 은행들은 앞으로도 시스템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각 은행 통장마다 고유 양식이 달라 이를 통일하지 않는 이상 한 은행 ATM에서 타행 통장정리는 할 수 없다"며 "또한 통장에 대해서는 금융결제원에서도 거래내역을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은 수년 전부터 종이통장이 환경오염 등을 유발해 감축을 장려하고 있어 공동 ATM의 통장정리 서비스 개선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king@fnnews.com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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