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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日 '고 투 트래블' 후 확진자 2.4배 늘었는데...아베는 코로나 설명에 7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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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감염자 546명에서 1305명으로 늘어

아베, 49일만에 연 회견서 "여행 캠페인 계속"

지자체장들, 반기 들며 "연휴 귀성 자제 요청"

일본 정부의 여행 촉진 캠페인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이 시행된 지 2주 만에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주간 확진자가 2.4배 늘었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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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히로시마 원폭투하 75주년 행사에 참석한 아베 신조 총리가 눈을 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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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도 49일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의 안심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스타일을 보급·정착시키고 싶다"며 캠페인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성급한 여행 지원책이 불러온 역효과



국민들의 여행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7월 22일. 아사히에 따르면 시행 직전인 7월 15~21일 사이 일본 전국의 코로나19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수는 546명이었다. 그러나 캠페인 시작 일주일 뒤인 7월 29일~8월 4일엔 하루 평균 확진자가 1305명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22일 이전 한 주 동안 도쿄(東京)도를 제외한 지자체의 하루 확진자수는 100명 미만이었다. 특히 규슈(九州)와 도호쿠(東北) 등 8개 지자체는 확진자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7월 29일부터 도쿄를 포함 4개 지역의 하루 확진자수가 100명을 훌쩍 넘어섰고,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하루 수십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때 이른 여행 지원책으로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인적 왕래가 늘면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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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시민들이 도쿄의 대표적 관광지인 아사쿠사 쇼핑가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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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측근, "지금은 뭘 해도 욕먹는 시기"



이 가운데 오랜 은둔으로 '건강이상설'까지 돌았던 아베 총리는 지난 6월 18일 이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6일 히로시마(広島)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폭 투하 75주년 행사에서다.

그러나 위기 의식은 느껴지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총리가 15분만에 회견을 마쳤고, 코로나19 관련 내용에는 7분을 할애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현 상황에 대해 "전국적인 긴급사태 선언은 필요치 않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고 투 트래블'도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8월 '오봉' 연휴를 앞두고도 귀성 자제 요청 등은 하지 않겠다며 "'3밀(밀폐·밀접·밀집)'을 피해달라"고만 답한 후 자리를 떠났다. 닛케이는 "총리 주변 등에서 '지금은 뭘해도 욕먹는 시기'라는 의견이 나오자 총리가 최대한 노출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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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히로시마 원폭투하 75주년 행사에서 마스크와 얼굴가리개를 한 시민이 묵념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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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장려 캠페인은 '광기'다"



일본 정부의 '한가한' 태도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자체장들은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귀성을 자제해달라"고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오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5일 기자회견을 열어 6일부터 독자적으로 긴급사태를 선포한다며 급하지 않은 귀성과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 구마모토(熊本)현 지사도 "최고의 위기 상황이다. 우리 현으로의 귀성을 자제해 달라"고 발표했다.

『총(銃)』 등을 쓴 소설가 나카무라 후미노리(中村文則)는 6일 마이니치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고 투 캠페인'은 이제 어리석은 정책을 넘어 '광기'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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