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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급류 속 의식잃은 8살…20대 경찰은 바로 몸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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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에 의식을 잃고 떠내려가던 8세 어린이가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급류에 몸을 던진 20대 경찰에 의해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6일 경기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4시 41분쯤 의정부시 신곡동 신의교 아래 중랑천에서 어린이가 물에 빠져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주변에서 순찰차를 타고 순찰 중이던 고진형(29) 경장이 즉시 출동했다. 사고 현장을 200m가량 앞둔 골목길에서 차량 정체로 길이 막혀 순찰차가 멈춰 섰다.

고 경장은 지체할 틈이 없다고 판단, 차에서 내려 그대로 중랑천을 향해 내달렸다. 구명조끼를 챙길 겨를이 없어 동료 경찰관에게 구명조끼를 가져올 것을 당부한 뒤 현장으로 뛰어갔다.

중랑천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A군(8)이 허우적거리며 급류에 휩쓸린 채 떠내려가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중랑천은 집중호우로 물이 불어 수심이 어른 키 높이 정도에 이르렀다.

중앙일보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신의교 아래 중랑천에서 의정부경찰서 고진형 경장이 급류에 떠내려가는 어린이를 구조하기 위해 물 속을 헤엄쳐 가고 있는 모습. 의정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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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속 떠내려가는 아이 보고 바로 뛰어들었다”



긴박했던 이 순간. 수영을 할 줄 아는 고 경장은 급류 속으로 곧바로 뛰어들었다. A군을 당장 구조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구명조끼가 도착할 동안 기다리지 않고 상의 조끼만 벗고는 그대로 물에 들어갔다.

고 경장은 20여 m 정도를 급류를 따라 하류 방면으로 헤엄쳐 내려간 뒤 발이 바닥에 닿자 가슴 높이의 급류 속에서 20여 m가량 뛰듯이 내달려 A군을 안아 들었다. 당시 A군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팔과 다리를 늘어뜨린 채 엎드린 상태로 급류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중앙일보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신의교 아래 중랑천에서 의정부경찰서 고진형 경장이 급류에 뛰어들어 떠내려가는 어린이를 구조한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모습. 의정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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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경장은 A군을 안고 물가로 나왔고, 마침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A군을 건네받으며 구조를 도왔다. 고 경장은 빗물에 젖은 중랑천 바로 옆 산책로 바닥에 의식이 없는 A군을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약 1분간의 심폐소생술을 받고 A군은 물을 토한 뒤 숨을 쉬며 의식을 되찾았다. A군은 도착한 엠블런스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4년 2개월 전 경찰에 임용된 미혼의 고 경장은 “조금만 구조가 늦었으면 아이가 큰일을 당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구명조끼가 도착하지 않았지만 물속으로 뛰어들었다”며 “아이가 목숨을 건질 수 있어서 천만다행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의정부경찰서 최겸 생활안전과장은 “사고 11분 전 가족으로부터 ‘A군이 집을 나갔다’는 실종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상태였다”며 “가족은 구조 후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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