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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스라엘 공격이었으면"... 분노 극에 달한 레바논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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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레바논 베이루트 시민들이 5일 전날 발생한 폭발 참사로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다. 베이루트=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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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스라엘의 공격이었으면…”

4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 참사 원인이 당국의 화학물질 관리 부실 및 안전 불감증 등 ‘인재(人災)’로 드러나면서 분노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진실한 대국민 사과는커녕 사고 수습 과정에서 서로 책임만 전가하며 오히려 정부의 무능만 도드라지자 레바논 국민은 '외부 공격에 의한 테러가 더 낫겠다'는 자조섞인 한탄마저 내놓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5일 “레바논 정부가 수도를 황폐화시킨 폭발의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면서 격앙된 민심을 전했다. 시민들은 이번 폭발이 수년간 이어진 실정과 방치의 정점이라며 정치권의 무능과 위선을 질타하고 있다.

분노의 주된 타깃은 정부 인사들이다. 다수의 당국자가 '살인 무기' 질산암모늄 2,750톤이 베이루트 항구에 6년간 방치된 것을 알았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중동 매체 알자자지라가 공개한 문서를 보면 레바논 세관이 2014~2017년 법원에 6차례나 서한을 보내 질산암모늄 처분을 촉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관계기관들의 방관 탓에 3년 후 5,000명이 죽거나 다치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지금도 사법부와 항만공사, 공공사업교통부, 세관국, 보안국은 잘못을 서로에 떠넘기며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중이다.

이번 참사가 사실상 관리 소홀에 따른 인재로 결론 나자 시민들은 더욱 경악했다. 폭발 여파로 병원이 붕괴돼 치료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의사들이 특히 격분하고 있다. 현지 의사 도미니크 다우는 NYT에 “이번 사고가 우리 지도자들의 어리석은 방치가 아닌 차라리 이스라엘 공격에 의한 폭발이었으면 좋겠다”면서 정부의 고질적 병폐를 비난했다. 다른 의사도 “베이루트 재앙은 9.11(테러)만큼 나쁜 상황”이라고 했다.

사고 수습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참사 이틀이 지나면서 피해 범위가 도시 절반으로 확대됐고, 손실액도 30억달러(약 3조5,500억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수년째 계속된 경제위기 여파로 피해 주민들이 정부의 도움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생계 터전과 집을 한꺼번에 잃은 한 시민은 신문에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기는 하느냐”라고 되물으며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은 모습이었다.

레바논은 오랜 내전과 만연한 부패 등으로 국가 경제가 사실상 파탄 난 상황이다. 지난해 젊은층이 주축이 된 반(反)정부 시위로 사드 하리리 전 총리가 물러나긴 했지만, 경제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져 통화 가치가 80% 하락하고, 실업률과 물가도 급등했다. 올해 2월 새 내각이 출범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ㆍ통제 조치까지 가동되면서 탈출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멜헴 칼라프 베이루트 변호사협회 회장은 폭발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하산 디아브 총리와 일부 각료들을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칼라프 회장은 알자지라에 “그들이 다 해놓고 이제 와서 누구의 책임을 따지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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