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작전 들어간다" "쫓아내야" 권경애 폭로로 짙어진 권언유착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황희석(오른쪽)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과 함께 지난 3월 22일 찍은 사진을 본인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고 쓴 모습. 이 게시물을 사기 횡령 전과자인 MBC 제보자 지모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올리며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 ㅋㅋㅋ"라고 썼다/페이스북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가 “한동훈을 쫓아내야 한다”고 했다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발언을 폭로하면서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둘러싼 ‘권·언 유착’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MBC가 3월 31일 소위 ‘검·언 유착’ 의혹을 처음 보도한 뒤 검사 10여 명이 넉 달간 수사했지만 유착 상대라는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증거로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 이 사건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만든 법무법인 민본,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이철 전 VIK 대표, 작년 출소한 사기·횡령 전과 5범의 제보자 지모씨 등과 몰래 카메라를 동원한 MBC가 한 검사장을 엮기 위해 채널A 기자를 상대로 함정 취재를 했다는 ‘작전 의혹’이 무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의 방송·통신을 관장하는 최고위 당국자까지 이러한 내용을 공유한 정황이 권 변호사 폭로로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은 2월 14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연루 의혹을 받은 상장사 신라젠의 로비 정황을 취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법무법인 민본 소속의 이 전 대표 변호인이 “이런 건 지씨가 잘 해결한다”며 편지를 지씨에게 전달했다. 과거 지씨의 사기 사건 변호도 민본 대표인 민병덕 의원이 맡았다. 지씨는 이 전 대표와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이철의 오랜 친구”라며 채널A 기자를 만나 “검찰과 교감이 되느냐”며 묻고 이에 대한 답변을 녹음했다.

친정부 방송인 김어준씨는 채널A 기자가 구치소로 편지를 보내던 사건 초기 관련 내용을 이미 지씨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씨는 작년 친정부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와 MBC ‘PD수첩’이 공동 보도한 검찰 비리 기사에 참여했다. 그 인연으로 지씨는 MBC ‘PD수첩’팀을 거쳐 뉴스데스크로 녹취 파일을 들고 찾아갔다. 지씨는 MBC 보도 이전 열린민주당 최강욱·황희석 당시 비례대표 후보에게도 자료들을 전달했다. 이들은 모두 조국 전 장관과 가깝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난했던 공통점이 있다. MBC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윤 총장의 측근이라는 한 검사장을 내쫓기 위한 이른바 ‘검·언 유착’ 시나리오를 이들이 사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황희석씨는 “방통위원장이 보도가 나갈 예정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그게 무슨 권·언 유착이냐”고 했다. 하지만 관련 정보를 사전 공유하고 있던 이들은 MBC 보도가 나오자마자 한 검사장과 윤 총장을 채널A 기자와 엮기 위해 다수의 허위 사실까지 퍼트리며 여론전에 나섰다. 법조 관계자는 “결국 한 검사장과 윤 총장을 찍어 내기 위한 맞춤형 MBC 보도에 친정부 진영이 합세한 것 아니냐”고 했다.

지씨는 있지도 않은 ‘여야 로비 장부’를 거론하며 채널A 기자에게 ‘검찰 고위 간부와의 연결’을 유도했고, MBC는 한 검사장을 엮을 수 있는 유의미한 발언이 나오기를 기다려 지씨가 채널A 기자를 만날 때마다 몰래 카메라로 이를 찍었다. 지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채널A 측이 3월 말 4월 초를 강조했다”며 한 검사장과 결탁한 채널A 기자가 총선 전에 기사를 터트리려 했다는 식으로도 주장했지만, 공개된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채널A 기자는 “총선 이후든 이전이든 관심 없다”고 하고 오히려 지씨가 “4월 총선 전에 도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등 몰고 가려 한 정황이 나온다. KBS는 지난달 서울중앙지검 간부 개입 의혹을 받은 관련 보도에서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이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 이야기를 했다는 취지로 또다시 방송했다가 오보를 인정했다.

[박국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