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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코로나에 이어 베이루트 참사도... 트럼프 '경솔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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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직한 공격" 하루만에 "아무도 몰라"
美 국방 "대부분 사고라 믿어" 선긋기
경솔발언으로 국제사회에 혼선 자초
코로나19 대응 두고 우호매체도 비판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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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참사를 '끔찍한 공격'으로 규정했다가 하루만에 "모른다"고 물러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도 시종 근거 없는 주장으로 도마에 오르더니 해외의 대형 참사에 대해서도 성급한 발언으로 국제사회에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베이루트 폭발 참사의 원인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지금 누구라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은 그것이 공격이었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군 장성들이 공격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끔찍한 공격"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를 두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초기 브리핑에 근거한 것이라고 방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군 장성들과 얘기를 나눴는지, 국방부의 초기 브리핑을 제대로 들었는지부터가 불명확하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안보포럼에서 "대부분은 보도된 대로 사고였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 CNN방송은 전날 국방부 관계자들이 "공격 징후는 없다"며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서를 거의 읽지 않으며 정보 브리핑 때도 자기 주장에 몰두한다는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쟁점 현안들에 대해 즉흥적인 생각이나 지인의 주장을 불쑥 내놓으면서 숱한 과장ㆍ왜곡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선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신의 선물'로 치켜세우는가 하면 살균제를 인체에 투입해보자는 주장까지 했다. 코로나19 재확산 과정에선 "99.7%가 금방 회복될 것"이라며 근거 없는 수치를 내놓았고, 심지어 "미국의 치명율이 세계 최저"라고 했다가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에서조차 망신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허위정보' 딱지를 받았다. 가짜뉴스 방치 논란에 휩싸였던 페이스북으로부터 폭스뉴스 인터뷰 동영상을 삭제당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린이는 거의 또는 사실상 면역력이 있기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허위정보 관련 방침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취약할지 몰라도 면역력이 있다는 건 허위정보라는 것이다. 트위터도 같은 이유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과 대선캠프 계정에 올라온 영상을 '숨김 처리'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솔하고 근거 없는 주장들은 미국 대통령이란 지위 때문에 국제사회를 요동치게 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번 베이루트 폭발 참사만 해도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자칫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이스라엘은 뒤늦게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걸고 넘어졌다. 이번에도 국제사회가 '트럼프 리스크'를 재확인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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