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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베이루트항 질산암모늄, 6차례 경고에도 방치하다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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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엔 “도시전체 폭파위험”

정부가 항구 측 문책 서두르자

시민들은 “집권층 태만이 문제”

언론 “창고문 용접하다 불꽃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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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대형 폭발이 일어난 레바논 베이루트항의 5일(현지시간) 위성 사진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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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의 사상자가 5000여명으로 늘었다. 하마드 하산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현지 방송 알마나르TV에 베이루트의 폭발 사망자가 135명, 부상자가 약 500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아직 수십명이 실종 상태라고 했다.

마완 아부드 베이루트 주지사는 이날 현지 방송 알하다스와 인터뷰에서 “폭발 피해가 발표됐던 것보다 커질 수 있다”며 “150억 달러(17조82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그는 당초 피해 규모가 30억(3조5700억원)∼50억 달러(5조9400억원)가 될 것으로 추산했었다.

레바논 정부는 대형 폭발은 항구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돼 있던 약 2750t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레바논 방송 LBCI는 최고국방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인용해 근로자들이 창고 문을 용접하던 과정에서 화학물질에 불이 붙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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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베이루트항 인근 무너진 건물에서 생존자를 구출하는 구조대원들. 이번 폭발로 135명 이상이 숨지고, 5000명가량이 다쳤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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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는 이날 앤드루 티아스 영국 셰필드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분석을 인용해 베이루트의 폭발 규모가 TNT 폭약 1500t이 폭발한 것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티아스 교수는 “(베이루트 폭발의) 충격파 세기는 히로시마에서 초래된 충격파의 20∼30%에 상응한다”고 말했다. 1945년 8월 6일 미국 원자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돼 7만여명이 즉사했으며 10㎢ 지역이 초토화됐다.

질산암모늄은 6차례 이상 위험하다는 경고에도 항구에 6년간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과 6개월 전 현장 조사팀이 “도시 전체를 폭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대(UCL) 안드레아 셀라 교수(화학과)는 CNN에 “그렇게 많은 양의 질산암모늄을 수년째 방치했다는 건 사고가 나길 기다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는 책임 규명에 착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정부는 5일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군 지도부에 질산암모늄 저장 업무를 담당한 베이루트 항구의 직원 모두를 가택 연금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방치한 질산암모늄이 대형 폭발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민심은 들끓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이루트의 한 호텔 매니저는 “이 폭발은 지배층 탓”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은 “이번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첫 번째 인물은 바로 하산 디아브 총리와 장관들”이라며 “그들의 태만이 국민에게 큰 죄를 지었다”고 분노했다.

폭탄 공격설을 제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 만에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폭발 원인에 대해 “사고였을 수도 있고 매우 공격적인 무엇인가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 미군 장성들의 판단을 근거로 들며 이번 폭발을 “끔찍한 공격”이라고 규정한 데서 후퇴한 발언이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6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임위원회를 열고 레바논 현지에 주둔하고 있는 동명 부대(부대원 280여명)를 통해 레바논에 인도적 긴급 지원을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레바논은 6·25 전쟁 당시 후방 물자 지원을 했다. 정부 차원에서 의료 물품 등 인도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일 미셸 야운 레바논 대통령 측에 위로전을 보내 “진심 어린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레바논에는 140여명의 한인이 체류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유진·임선영·이유정·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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