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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부활하는 뉴타운 망령…공공재개발에 빌라·다세대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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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1구역 등 호가 오르고 매물 사라져

해제지역 장위12·상계3구역 등에도 기대감 번져

“정부, 집값 들썩이게 해…개발 무산시 집값 제자리”

이데일리

서울 성북구 주택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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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매물 자체가 너무 귀하다. 11평(32㎡) 규모로 3억원 초반하던 낡은 빌라가 공공재개발 얘기 나오면서 4000만원 이상 올랐다. 어제는 4억4000만원짜리 다세대주택을 5억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거절했다.”(서울 성북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서울 도심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려는 정부가 공공재개발 카드를 꺼내들자 사업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빌라, 다세대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빌라나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갭투자 규제가 약해 투자자들도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해제지역도 공공재개발說 먼저 돌아…몇 천만원씩 뛴다”

성북1구역은 오는 9월 정부에서 선정할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구 공모에 참여 가능성이 높은 곳 중 하나다. 2004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으로, ‘재개발 장기 침체’란 면에서 정부의 공공재개발 지정 요건에 부합한다.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 관계자는 “재개발이 너무 더뎌 주민들 분노가 컸다”며 “5·6대책에서 공공재개발 얘기가 나온 뒤에 준비를 시작해 7월 중순부터 재개발동의서를 받았는데 1300여 가구 중 벌써 50% 이상이 냈다”고 했다.

재개발 기대감이 번지면서 집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S빌라 전용 57㎡짜리는 호가가 4억8300만원이다. 지난달 초 같은 면적의 매물이 3억9500만원에 팔려, 두달새 1억원 가까이 올랐다.

다른 구역들도 비슷하다. 성북구 장위12구역은 재개발구역 재지정 동의서를 받으면서 가격이 급등세다. 장위12구역은 장위뉴타운 중 가장 먼저 재개발사업에 착수했으나 진척이 없어 2014년 자발적으로 정비구역 해제를 택했던 곳이다. 정부는 8·4대책에서 과거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된 지역도 공공재개발을 허용키로 했다. 장위동 C공인주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말에 1억7000만원 했던 빌라의 시세가 지금 3억5000만원”이라며 “딱 두 배로 가격이 올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주변에 입주한 장위1구역, 5구역 아파트들이 10억원이 넘으니까 주민들도 재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졌다”며 “재개발 후 가격을 생각하면 지금도 비싼 건 아니다”라고 했다.

역시 2014년 뉴타운 해제된 노원구 상계3구역 인근 H공인 관계자는 “해제지역도 공공재개발 허용해줄 거란 소문이 지난달부터 돌면서 투자자들이 늘어 매물이 쏙 들어갔다”며 “2억 3000~4000만원에 나와있던 물건은 보름새 다 빠졌고 3000만원 정도 올린 물건 하나 남아 있다”고 했다.

“재개발 무산시 집값 원상복귀…등락 큰 곳,주의해야”

빌라, 다세대주택은 정부의 ‘갭투자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정부는 6·17대책에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있는 3억원 초과 집을 살 경우 기존의 전세대출을 회수키로 했지만 빌라와 다세대주택은 갭투자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규제대상에서 뺐다. 빌라와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필요한 투자금도 적어, 공공재개발 후보지의 집값에 불이 붙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성북1구역 한 주민은 “소방차도 들어올 수 없는 곳에서 오래 살다가 집값이 올라 팔고 나가면 전 집주인도 이득”이라며 “새 주인은 재개발 후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으니 윈윈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계3구역 주민은 “다른 동네 아파트값이 수억원씩 오른다는 뉴스만 봐왔다”며 “우리 동네가 지금 좀 오른다고 과열이라고 말할 순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구에서 제외되는 지역들은 곧 집값 오름세가 금방 꺼질 수 있단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지해 부동산114수석연구원은 “개발이 확정되면 더 오르겠지만 기대감에 값이 오른 곳들은 개발 무산 시에 집값이 바로 원상복귀한다”며 “등락이 심한 지역의 집을 살 때엔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 뉴타운 사례처럼 일종의 거품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정부가 공공재개발 적용 대상을 넓히면서 이곳저곳이 모두 들썩이게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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