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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 죄없는 LG·삼성 끌어다가 거짓 정치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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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전사 월풀 공장 시찰한 뒤 한국기업 실명 비판

"2013년 세탁기 덤핑판매 적발뒤 관세 안내고 中 먹튀"

바이든과 중국 비판 위해 당시 사건을 교묘히 짜깁기

워싱턴=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노컷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월풀공장을 방문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무대 뒤에는 월풀 로고와 세탁기 표기로 장식돼 있다.(사진=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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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기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에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가전회사인 월풀(Whirlpool) 공장을 시찰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그는 이날 연설의 대부분을 전임 정부가 미국의 기업과 일자리 보호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통상 대통령의 이름을 따 부르는 '오바마 행정부'라는 명칭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종일관 '오바마-바이든 행정부'라고 부르며 민주당 바이든 대선 후보를 견제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오바마 집권기인) 8년간 월풀이 오바마 행정부에 외국의 세탁기, 건조기가 덤핑으로 판매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지만 아무런 행동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한국과 LG, 삼성을 차례로 언급한 것은 그 뒤다.

트럼프 대통령은 "2103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월풀의 경쟁사인 한국과 다른 외국의 경쟁자들이 미국에 세탁기를 덤핑 판매한 혐의를 밝혀내고 많게는 79%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러나 LG와 삼성은 그 같은 관세를 내지 않고 대신 공장을 중국이라는 나라로 이전했다"고 말한 뒤 "중국이라는 나라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며 중국을 비꼬았다.

그러면서 오바마-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승리하자 행복해했고, 그러는 사이 미국의 일자리는 사라졌다고 선동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

2013년 ITC가 LG와 삼성에 세탁기 덤핑 혐의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기업이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부분은 거짓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의 우리 기업에 대한 반덤핑 관세부과 조치가 WTO(세계무역기구)협정에 위배된다며 미국 정부를 WTO에 제소해 2016년 승소했다.

WTO는 우리 기업들이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세탁기를 염가 판매한 것을 두고 '특정 구매자, 시기, 지역에 집중적으로 덤핑 판매를 했다'는 미국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상무부와 ITC는 2017년 두 기업에 부과했던 기존 관세의 절반 가량만 부과하는 쪽으로 물러섰고, 우리 기업도 결국 그에 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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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 6일(현지시간) 초기화면. 트럼프 대통령의 LG 삼성언급 동영상 편집본(빨간색 원)이 주요뉴스로 게재돼 있다. (사진=폭스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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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함께 당시 우리 기업이 반덤핑 관세부과를 받은 뒤 중국으로 '먹튀'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당시에도 LG와 삼성은 멕시코 외에도 중국에서 생산된 세탁기를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최근 자신이 공공의 적으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중국과 전임 정권을 연결짓기 위해 한국과 LG, 삼성을 무리하게 끼워 넣어 짜맞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기 위해 중국과 갈등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6개월 간 2만번 넘는 거짓말과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하루평균 16번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친 트럼프 대통령 방송으로 분류되는 폭스뉴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장시간의 언급 가운데 LG와 삼성 세탁기 관련된 언급이 포함된 2분 30초짜리 동영상 편집본을 자사 홈페이지에 주요뉴스란에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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