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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설마 테슬라 한 주도 없니?” 한국의 주식 노마드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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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투자처는 많다.

국내 증시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개미투자자들이 ‘원정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테슬라, 구글, 아마존 등 미국 기술주는 물론 중국, 일본으로 영역을 넓혔다. 심지어 필리핀, 이탈리아 주식도 샀다. 국내 증시가 어느 정도 상승세로 돌아선 만큼 세계로 눈을 넓힌 결과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각국 정부가 부양책에 나서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 행보다. ‘원정개미’ 영향으로 해외 주식을 담은 펀드도 크게 늘어나, 해외 투자 펀드 순자산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실물경제 회복이 느린데 주가만 급등한 터라 갑작스러운 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매경이코노미

테슬라 쾌속 질주로 해외직구파 ‘휘파람’

美 기술주 쏠림 뚜렷…추가상승 기대감


사회초년생 김선정 씨(25)는 최근 해외 주식 계좌를 열었다. 테슬라 주식을 사기 위해서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말 8월 주당 211달러에서 지난 7월 20일 1675달러까지 급등했다. 고점을 잡는 것 아닐까 망설였지만 실적 발표를 보고 매수를 결정했다. 지난해 3사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S&P500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김 씨는 “언택트 산업 대표기업 카카오를 매수해 크게 재미를 봤다”며 “국내 증시가 어느 정도 오른 만큼 해외 주식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주식 직구가 대세로 떠올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개미투자자는 국내 증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락하는 국내 증시를 급반등시킨 개미가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처 발굴에 나섰다.

각종 수치가 ‘원정개미’ 활약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예탁원을 통한 외화증권(주식·채권) 결제금액이 1424억달러(약 170조원)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반기 대비 63%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결제금액인 1712억달러(약 204조원) 83%에 달한다. 특히 올 상반기 외화 주식 결제액은 709억달러(약 84조원)로 지난해 하반기의 세 배로 늘어났다. 시장별로는 미국이 623억달러로 87%를 차지했다. 이어 홍콩, 중국, 일본, 유로 시장 등 순이다.

해외 펀드 역시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원정개미 영향으로 해외에 투자한 펀드 순자산액이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공·사모를 합친 해외투자펀드 순자산총액은 202조345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63조원) 대비 23% 늘었다.

미국 쏠림이 심한 가운데 투자 대상 국가는 다양해졌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도 없는 소수 시장을 개척하는 직구족이 생겨났다. 이탈리아, 필리핀, 남아공 등이 그 대상. 거래액은 반기 기준 수억~수십억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틈새시장에서 수익을 실현하겠다는 개미의 공략처로 떠올랐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는 ‘브루넬로 쿠치넬리’ ‘몽클레르’ 등의 명품 브랜드를 사들였다. 3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필리핀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점 ‘졸리비’,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로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투자기업 ‘내스퍼스’ 등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젊은층일수록 해외 주식 투자 거부감이 없다는 점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달라진 변화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전국 25∼39세 남녀 700명을 설문조사를 한 결과, 58%가 ‘해외 주식 투자가 국내 주식 투자보다 위험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대조군으로 함께 설문한 50대(조사 대상 300명) 응답자에서는 이 비율이 17%포인트 낮은 41%였다. ‘해외투자를 경험했거나 고려 중’이라는 답변 비중도 밀레니얼 세대(32%)가 시니어 세대(15%)보다 배 이상 높았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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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해외 직구로 몰리나

▷美 기술주 수익률 탁월

해외 주식에 몰리는 이유는 국내보다 수익률이 높아서다. 국내 증시는 급등 이후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혔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장중 6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상 급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 주식은 다르다. 원정개미의 대표적인 투자 종목인 테슬라는 올 6개월 동안 270% 급등했다. 7월 초 1199달러까지 치솟으며 1년 전보다 546%나 폭등했다. 이 밖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기술주가가 연초 대비 30% 이상 오르며 투자자 눈길을 사로잡았다.

둘째, 정부 금융세제 개편안 발표도 해외 주식에 눈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정부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에 세금을 걷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종목별로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했거나 코스피 특정 종목 전체 지분의 1%(코스닥은 2%) 이상 보유했을 때 양도소득세를 내왔다. 정부가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리며 개미투자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내 주식으로 세금을 많이 낼 바에 아예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했다.

셋째, 증권사가 편리한 해외 주식 거래앱을 개발하는 동시에 해외 종목 분석에 앞장서며 '판'을 키웠다. 증권사는 최초 해외 주식 거래 때 환율 혜택을 준다거나 달러·원화 투자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9월 30일까지 주식거래가 가능한 위탁계좌를 통해 해외 주식거래를 신청하고, 월 100만원 이상 해외 주식 거래를 하면 현금을 지급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 거래수수료를 크게 낮춰 ‘원정개미’ 쟁탈전에 가세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리서치를 대폭 강화했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초우량 기업 9곳에 대해 자체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내놓고 있다. 국내 리서치 중 최초의 시도다.

▶미국 주식 계속 오를까

▷유동성 풍부해 상승에 무게

미국 비중이 워낙 높아 해외 주식투자 성패는 미국 시장 전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나스닥과 S&P500을 비롯한 미국 증시는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0년 하반기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하반기에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미국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풍부한 유동성과 통화·재정정책의 효과로 지수 추가상승 여력이 일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S&P500지수 기준으로 3000~3400 사이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고려해야 할 변수가 여전히 많다는 점은 악재다. 불안정한 미국 실업률과 미중 갈등 악화는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현지에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나스닥이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좋지 않은 데 주가만 높은 전형적인 ‘버블현상’이라는 지적이다.

해외 주식 투자 Tip 1

Q. 해외 주식 직구가 처음이다. 어떻게 시작하나.

A 가장 먼저 할 일은 ‘계좌 개설’이다.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종합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가까운 증권사 영업지점을 방문하면 된다. 모바일 앱을 통해 비대면 개설도 가능하다. 이미 종합계좌를 갖고 있다면 기존 계좌에 외화증권 거래 약정만 추가하면 끝이다.

계좌를 만들었다면 남은 절차는 ‘환전’이다. 까다롭지 않다. 증권사 HTS(Home Trading System) 또는 MTS(Mobile Trading System)에서 실시간으로 환전하면 된다. 환전 절차가 귀찮다면 ‘통합증거금’서비스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계좌에 남은 원화를 이용해 해외 주식을 거래 후 다음날 필요 자금만 자동 환전해 주는 서비스다.

준비가 끝났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거래를 시작하자. 온라인 거래는 HTS와 MTS를 활용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매는 영업점이나 고객센터를 통해 진행하면 된다. 단, 국내 주식과 달리 해외 주식은 실시간 시세를 신청하지 않으면 15~20분 지연된 시세로 조회되니 유의해야 한다.

해외 주식 투자 Tip 2

Q. 증권사별 서비스가 어떻게 다른가.

A 증권사를 선택할 땐 2가지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수수료 정책과 거래 가능한 시장 여부다. 수수료는 비용이 빠져 나가는 만큼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통상 온라인 매매 기준으로 거래마다 0.25~0.3% 수수료가 발생한다. 기본요금 개념으로 최소수수료를 받는 곳도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자.

다만 최근 들어 수수료는 많이 내려가는 추세다. 해외 주식 직구 열풍에 힘입어 증권사 마다 수수료 할인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 각 회사 홈페이지와 뉴스를 보면서 수수료 할인 내용을 비교하면 비용을 수월하게 아낄 수 있다. 거래 가능 시장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증권사별로 거래가 가능한 시장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계좌를 개설해 놓고도 원하는 종목을 사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같은 증권사라도 투자 방법에 따라 불가 여부가 나뉜다. 미래에셋대우를 예로 들면, 미래에셋대우의 온라인 매매(HTS·MTS)로는 프랑스·스위스·싱가포르 시장에 투자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영업점과 해외 주식 운영팀을 방문하면 매매가 가능하다. 개설할 회사를 선택하기 전, 증권사별, 온·오프라인별 투자 가능 시장을 사전에 꼭 챙겨보자.

[명순영·김기진·반진욱·박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0호 (2020.08.05~08.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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