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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경찰, 수사권조정 대통령령에 반발…"검찰에 3종 만능열쇠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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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취지 살리지 못해…입법예고 기간에 수정 위해 총력"

연합뉴스

경찰청 본청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대통령령 제정안에 대해 "법 개정의 목적인 '검찰 개혁'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청은 법무부가 7일 입법 예고한 대통령령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 예고 기간 중 개정 법률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수정하기 위해 총력·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반발하는 부분은 크게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이 법무부 단독주관이라는 점, 검찰청법 대통령령이 검사에게 직접 수사를 확대할 수 있는 해석·재량권을 줬다는 점 등이다.

경찰은 형소법 대통령령이 법무부 단독 주관이라는 점,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으면 사건을 경찰에 보낼 필요가 없는 점, 지방검찰청장(지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권을 부여한 점을 '검찰의 3종 만능열쇠'라고 비판했다.

◇ '법무부 단독주관' 형소법 대통령령…"자의적 개정 가능해져"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으로 불린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 제한 등 검찰 권한을 분산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룬다.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대통령령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과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이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 단독 주관이라는 데 대해 "대통령령은 검사와 경찰에 공통 적용되는 수사 절차를 담고 있으니 당연히 두 기관의 공동주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령에 마련된 수사준칙은 경찰과 검찰 간 입장이 다른 쟁점 상당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실무적용 과정에서 이견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법무부 단독 주관 시 일방적 유권해석으로 자의적 개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밖에도 ▲ 검사의 재수사 요청에 따라 경찰이 재수사한 이후 검사가 사건의 송치를 경찰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점 ▲ 재수사 요청 기간 90일이 지난 이후 검사가 언제든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점 ▲ 경찰에서 수사 중지한 모든 사건을 검사에게 보내도록 한 점 등을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특히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면 검사가 경찰에 사건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조항에 대해 "검사는 주관적인 의심만으로 범죄 사실을 부풀려 수사 개시 범위에 해당하는 사건인 것처럼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을 수 있다"며 "이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무제한 확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법무부, 검경수사권 조정안 입법예고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법무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입법예고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에서 바라본 대검찰청과 서초경찰서의 모습. 2020.8.7 mon@yna.co.kr



◇ "마약이 경제범죄, 사이버가 대형참사?…검찰권 확장"

개정된 검찰청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개 범죄를 한정했다.

이번에 마련된 대통령령은 마약 수출입 범죄를 경제 범죄에,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범죄를 대형참사 범죄에 포함해 검사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마약범죄는 경제범죄가 아니라 명백히 보건범죄이며, 사이버범죄는 인명피해를 전제로 하는 대형참사와 무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령은 검사의 수사 개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재량권을 지검장에게 부여했다.

경찰청은 "검찰의 직접 수사는 지방검찰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지검장은 소속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다"며 "지검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을 주면 검찰 통제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통령령이 검사의 권한을 다수 신설해 검찰권을 확장하고, 경찰의 수사 종결권을 의미 없게 만들었다"며 "경찰과 검찰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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