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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신 60년 저장하면 삼중수소 97%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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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기자회견'에서 그린피스 회원들이 관련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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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보다는 60년 동안 저장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걸러낼 수 없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H-3)는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60년이면 97% 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켄 부셀러 박사는 7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기고한 '후쿠시마의 방류'라는 글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의 방침과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100만㎥ 넘는 방사성 오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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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지역에 설치된 오염수 저장 탱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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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1000개가 넘는 탱크에 100만㎥가 넘는 오염수가 저장돼 있고, 최근에도 하루 200㎥에 가까운 오염수가 나오고 있다.

오염수에는 고도 수질 정화 시스템으로도 걸러지지 않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포함돼 있는데, 일본 정부에서는 이를 해양에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부셀러 박사는 "삼중 수소는 반감기가 비교적 짧은 데다 해양 생물이나 해저 퇴적물에 의해 쉽게 흡수되지 않고, 해가 적은 베타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문제가 적은 편"이라며 "전 세계 원전에서도 배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셀러 박사는 "삼중수소의 경우 반감기가 12.3년이고, 60년 동안 보관한다면 삼중수소의 97%가 붕괴한다"며 "60년 동안 저장량이 지금의 4배로 늘어나겠지만, 오염수 보관지역을 다른 지역까지 넓혀 보관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삼중수소만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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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에 있는 오염수 탱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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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켄 부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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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셀러 박사는 기고문에서 특히 오염수 속의 삼중수소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2018년 뒤늦게 도쿄전력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오염수에는 코발트-60이나 스트론튬-90 같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도쿄전력 자체도 오염수의 70%는 이들 방사성 물질 제거를 위해 2차 처리해야만 방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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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셀러 박사는 "방사성 물질들은 (핵종에 따라) 해양에서 서로 다르게 작용한다"며 "탄소-14이나 코발트-60, 스트론튬 -90 등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길고, 해저 퇴적물이나 어류에 친화력이 훨씬 높아 인간과 환경에 잠재적으로 훨씬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탄소-14의 경우 삼중수소와 비교하면 생물 농축 지수가 5만 배에 이르고, 코발트-60의 경우는 삼중수소보다 해저 퇴적토에 30만 배나 더 잘 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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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2차 처리를 통해 이들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제거됐는지를 공개해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오염도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플루토늄에 대해서도 농도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루토늄의 경우 냉각수에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2011년 사고 당시 대기 중으로는 많은 양이 방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방류 시 독립 기관 모니터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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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4월 13일 후쿠시마에서 2번째로 개최한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 처분 방식 관련 지역 의견 청취 행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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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셀러 박사는 "오염수 방류는 되살아나고 있는 지역 어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의 두려움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방류가 이뤄진다면 해수와 해양 생물, 해저 퇴적물 모니터링에 지역 어민과 독립적인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2015년 중반부터는 후쿠시마 주변에서 잡히는 생선에서도 세슘 농도가 ㎏당 100베크렐(Bq)을 초과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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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정부는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위한 형식적인 의견 수렴을 중단하라!'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밸브를 열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하는 아베 총리'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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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부셀러 박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당시부터 방사성 물질의 해양 확산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2011년 6월부터 전문가팀을 구성해 원자로에서 생산된 방사성 동위원소인 세슘(Cs)-134와 세슘-137이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최초의 국제 연구 크루즈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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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켄 부셀러 박사


또, 북미 태평양 연안에서 방사성 물질의 이동을 모니터링하는 미국·캐나다의 시민 과학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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