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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수초 섬이 뭐길래” 무리한 작업 지적에 춘천시 “업체 직원들 먼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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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 “춘천시가 책임 떠넘기기” 반발

세계일보

7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경강대교 상류 1.6㎞ 지점에서 의암댐 전복 사고 경찰정이 발견돼 소방당국이 수색을 하고 있다. 뉴스1


강원 춘천 의암댐에서 집중호우에 따른 수문 개방으로 유속이 빨라진 가운데 인공 수초 섬을 고정하기 위해 근로자와 공무원 등을 무리하게 투입했다가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강원도 춘천시가 7일 “기간제 근로자의 이동과 담당 공무원 경찰 신고 시간 등을 볼 때 수초 섬 고정 작업을 처음에는 업체 직원들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 등은 “책임 떠넘기기”라며 춘천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고 경위에 대해 “아직 파악 중”이라면서도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 시장은 “8월 6일(사고 당일) 오전 9시13분쯤 수초 관련 담당 계장은 유역 관리 업무상 평소처럼 예찰활동을 나갔다가 이 시간 수초섬에 있는 삼천동에서 관리업체 직원과 만났다”며 “업체는 ‘소양댐 방류로 부유물과 함께 수초 섬까지 내려와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 계장이 ‘쓰레기가 많아 (수초 섬이) 떠내려갈 위험이 있겠다’고 하자 해당 업체 관계자는 ‘걱정하지 말라’했고 담당 계장은 ‘물살이 세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고 춘천호로 이동했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1시간 전인 6일 오전 10시40분쯤 기간제 근로자 5명은 환경감시선을 타고 수초 섬 유실을 막는 의암댐 작업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담당공무원은 춘천대교 인근에서 작업 중 ‘수초가 떠내려간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의암댐 인근인 송암스포츠타운 앞에서 이들과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장은 “우리 담당 부서가 수초 유실 방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오전 10시 40분”이라며 “담당 공무원의 전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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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춘천시장. 뉴시스





한 주무관은 아내의 출산으로 휴가 중이었지만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락을 취한 이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시장은 “담당 계장이 해당 주무관에게 ‘떠나가게 내버려 둬라’ ‘사람 다친다’ ‘출동하지 마라’ ‘기간제 절대 동원하지 마라’ 강하게 지시했다고 한다”라며 “기간제 근로자 반장에게도 얘기하려고 오전 10시 49분, 10시 50분, 10시 53분에 2번, 총 네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의 설명에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원인을 실종자에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반발했다. 가족들은 현장에서 “말단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고 있다”, “시의 지시 없이 민간업체가 6일 오전에 갑자기 수초 작업에 나선 것은 납득이 안 된다” 등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실종 당사자의 딸이라며 “춘천시에서 시킨 짓이 아니면 그곳에 누가 뛰어들까요? 여러분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위험한 데 뛰어 들어가시겠습니까?”라고 항의하는 글이 올라왔다가 지워지기도 했다.

앞서 의암댐 사고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도 춘천시의 무리한 작업 지시를 질타했다. 정 총리는 “참 안타깝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국민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통탄하겠느냐. 잘 좀 하라”고 담당자들에 일침했다. 정 총리는 댐이 방류하는 중에도 수초 섬 고정에 공무원 등 인력이 투입된 것에 대해서는 “그땐 떠내려가게 둬야지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 너무 기가 막힌다”며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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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6일 오후 의암댐 하류인 강원 춘천시 남면 서천리 경강교 인근에서 소방본부 관계자와 함께 사고 현장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는 전날(6일) 오전 11시 34분쯤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발생했다. 당시 의암댐은 최근 계속된 집중호우에 따라 수문을 개방한 상태였다. 춘천시에 따르면 인공 수초 섬 고정 작업에 나선 민간 고무보트를 보고 경찰정이 구조를 위해 따라가는 도중 와이어에 걸렸고 이를 다시 구조하기 위해 춘천시청 행정선(환경감시선)이 접근 중 배들이 모두 균형을 잃어 전복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선박 3척에 탑승했던 8명이 물에 빠졌고 1명은 사고 직후 탈출했다.

실종자 중 곽모(68)씨는 전날 낮 12시58분쯤 의암댐 하류 춘성대교 인근에서 탈진된 상태로 구조됐으며 같은 날 오후 1시쯤 근로자 이모(68)씨는 가평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선박이 전복된 사고 후 하루가 지났지만 실종자 5명의 소재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수색당국은 헬기 10대와 보트 27대를 투입하고 소방, 경찰, 장병, 공무원 등 인력 1386명을 동원해 수색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 유속이 매우 빠르고 흙탕물과 안개로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아 수색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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