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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휘청이는 '킹달러'…다시 강해질까, 더 약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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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인덱스(DXY)가 6일 92.76까지 내려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치솟았던 5월 14일(100.50)과 비교하면 석달 만에 7.7%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부터 내리막 경사가 가팔랐는데, 영국 석유회사가 중국에 원유를 팔면서 달러가 아닌 위안화를 받는 일도 있었다. ‘약달러’는 일시적 현상일까, 아니면 그동안의 ‘강달러’ 장기집권이 막을 내릴 때가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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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유로화, 약 달러 현상.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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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진 달러와 강해진 유로화



최근 달러값 하락의 배경은 미국 내 요인과 미국 밖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대내 요인으로는 달러 공급 증가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제를 녹이려 연준은 금리를 낮추고 채권을 사들였고 정부는 돈을 푸는 부양책을 썼다. 또 미국이 팬더믹 국면에서 실망스러운 통제력과 더딘 경제 회복력을 보이는 것도 달러값을 끌어내리는 데에 한몫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된 2분기 성장률은 194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32.9%)를 기록했다.

미국 밖에서는 ‘강한 유로화’가 달러인덱스를 깎아 먹고 있다. 달러인덱스 비교대상국인 6개국(유럽,일본,영국,캐나다,스위스,스웨덴) 통화 중 유로 비중이 가장 크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1일 7500억 유로 경제회복기금(ERF) 조성에 가까스로 합의했고 이는 유럽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유럽뿐 아니라 세계 전반적으로 경제가 바닥을 지났다는 심리는 만연해졌는데, 이는 안전자산 선호에서 위험자산 선호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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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간의 달러 인덱스. 5월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인베스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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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공급 계속…약달러 계속될 것”



약달러 원인을 유동성에서 찾는다면 앞으로도 강달러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7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약 4개월 동안 달러가치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경기둔화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장에서도 강세전환보다는 약세유지를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달러 약세 국면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쪽인데, 그는 독일 경제의 성장 추격을 근거로 들었다. 공 연구원은 “달러 가치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과 독일 간의 성장률 격차인데, 2분기에 그 격차가 축소된 데다 4분기에는 독일이 미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낼 것”이라고 봤다. 다만 다른 나라들이라고 뾰족한 펀더멘털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앞으로 달러가 큰 폭으로 혹은 빠르게 떨어질 것 같진 않다는 게 공 연구원의 예상이다.



“유로화가 강해 봤자 잠깐, 달러 다시 강해질 것”



어쩌다 강해진 유로화 끗발이 오래가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로화 강세는 실물경기 회복보다는 향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요인으로 나온 것”이라며 “실물경기 회복이 없는 유로화 강세는 추세적으로 진행되기보다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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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투자증권은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경기격차가 축소 또는 유지 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와 같은 조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자료는 7일 보고서 내용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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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찬·손하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EU의 경제회복기금 합의는 일시적 봉합 수준으로, 그 효과의 지속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6일 보고서에 담았다. 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팬더믹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미국보다 유럽이 더 크게 봤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연말로 갈수록 달러 환율은 현 수준보다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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