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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코로나+무역전쟁으로 중국 '농민공' 시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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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공 2억9000만명 오갈 데 없어

뉴스1

지난 2017년 8월17일 중국 베이징 외곽의 한 농민공 마을에서 건설노동자들이 다같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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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중국 경제의 토대를 쌓은 농민공(農民工·호적상으로는 농민의 신분이지만 실제로는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중국의 빈곤층 노동자) 약 2억9000만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무역갈등·전염병 겹악재에 공장 줄도산 :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은 중국의 농민공들이다. 무역갈등과 전염병 겹악재로 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농민공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중소기업은 도산했고, 대기업은 중국 밖으로 공장 이전을 결정했다.

이에 중국 내 수출 제조업 중심지들이 완전히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이곳에서 일하던 농민공들도 갈곳을 잃게됐다는 게 SCMP의 설명이다.

중국의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광둥성 둥관시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1980년대 이후 값싼 노동력을 찾아 세계 각지에서 공장들이 몰려들면서 대규모 공업지역이 형성돼 농민공들로 넘쳐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인적이 크게 줄었다.

◇ 농민공 2억9천만 실업 통계 안 잡혀 : 무역갈등과 코로나19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아무 기술 없이 단순 노동에 종사해 온 농민공부터 잘려 나갔다.

이들은 정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도시와 농촌 호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중국 특유의 호적 제도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지표가 표면적으로는 뚜렷하게 진정되고 있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분기 마이너스(-) 6.8%를 기록했던 중국 경제성장률은 2분기 3.3%로 급반등했고, 실업률도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업률은 지난 5월 5.9%에서 6월 5.7%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 'V'자형 반등세에는 둥관시 신발공장에서 10년 간 근무하다 지난달 말 돌연 해고 통보를 받은 라오데쿤(43)과 몇 달 째 실직 상태인 그의 남편은 포함되지 않는다.

라오는 해고 위로금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지금 사는 쪽방 월세 250위안(약 4만원)도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라며, 25년 동안 머문 둥관시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 "농민공 고용 안정, 내수 키우기에 필수적" : SCMP는 이런 상황에 대해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고, 코로나19 사태가 수출 주문 취소로 이어지면서 중국 경제 모델의 전성기는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SCMP는 그러나 "농민공의 일자리나 소득 전망이 어두워지면 소비지출이 감소하고, 이는 내수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중국의 새 경제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아틀란티스 금융연구소의 자오지엔 소장은 "중국 수출기업 대부분은 글로벌 가치사슬로 먹고 사는 수많은 중소기업을 하청업체로 둔 민간기업"이라며 "수출 분야가 여전히 중국 일자리에 필수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공장 폐쇄는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 소규모 식당과 호텔, 공장 근로자들이 주고객인 가게들도 직격탄을 입기 때문이다. 둥관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지역경제가 완전히 죽을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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