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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급류에 몸 던져 아이 구한 경찰관 “겁났지만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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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경찰서 고진형 경장
부하직원 근무지원 나섰다 변 당한 경찰관 아들


“아이의 목숨이 위태로웠던 상황이라 무작정 뛰어들었죠.”

경기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소속 고진형(29) 경장은 한 생명을 구해내고도 담담했다. 지난 5일 급류에 쓸려 의식을 잃고 떠내려가는 8세 어린이를 온 몸을 던져 구해낸 주인공이다.

고 경장은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아이는 의식을 잃고 엎드린 채 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며 “동료가 구명조끼를 가져오는 중이었지만 기다릴 수 없어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당시 ‘의정부 신곡동 신의교 아래 중랑천에서 아이가 떠내려간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차량 접근이 어려워 200m가량 전력 질주, 중랑천에 뛰어들었다. 이 구조 장면이 담긴 동영상에 많은 국민은 '진정한 경찰의 면모’라며 열광하고 있다.

경찰 입문 4년 만에 ‘영웅’이 된 고 경장이지만, 그는 당시 엄습했던 공포도 털어놨다. “물속에 들어가니 유속이 빨라 몸 균형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발도 땅에 닿지 않아 솔직히 순간 겁도 났습니다.” 하지만 발길을 되돌릴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아이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죠. 40m 가량을 죽을힘을 다해 하천 아래로 헤엄쳤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후에는 발이 땅에 닿았다. 흐르는 물을 등지고 물속에서 달린 뒤 아이를 흙탕물에서 건져 올렸다.

한국일보

급류에 의식을 잃고 떠내려가는 8세 어린이를 몸을 던져 구한 경기 의정부경찰서 신곡지구대 소속 고진형 경장. 의정부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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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경장의 활약은 아이를 천변으로 밀어 올린 뒤에도 이어졌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A군을 심폐소생술로 다시 한번 살려낸 것. 그는 “약 1분간 심폐소생술을 하자 아이가 물을 토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숨도 스스로 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주변에서 안도의 숨 소리가 들려왔다. A군은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으며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A군은 할아버지와 중랑천변 산책을 나왔다가 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 경장은 “병원으로 실려 간 아이가 무사해 천만다행”이라며 “앞으로도 국민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임무 수행 과정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한 국민의 생명을 살린 고 경장은 고등학교 시절 ‘경찰관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고 경장은 고(故) 고상덕(사망 당시 47세) 경감의 아들로, 아버지 고 경감은 지난 2009년 12월 14일 파주시 자유로에서 과속 차량에 치여 순직했다. 당시 고 경감은 연속 근무에 지친 부하 직원을 배려해 쉬는 주말에 단속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위험을 무릅쓰고 급류에 휩쓸린 아동을 구해낸 고 경장에게 경찰청장 표창과 격려금을 수여키로 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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