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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정세균도 분노한 '수초섬 작업'…다 휩쓸릴 판에 누가 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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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소양댐, 춘천댐까지 방류하는데 작업 지시자 의문

사고때 초당 1만1335t 물 방류…유속도 초당 3.3m

중앙일보

7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선면 서천리 인근 북한강변에서 지난 6일 춘천 의암댐에서 전복된 경찰정이 발견돼 소방구조대원들이 수색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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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강원도 춘천 의암댐의 선박 전복 사고는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을 고정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고 당시 작업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고에 가장 큰 의문은 의암댐과 소양강댐, 춘천댐의 잇따른 방류로 의암호 유속이 크게 빨라진 상황에서 호수 한복판에 작업 선박이 투입된 점이다. 의암댐 주변은 지리상 소양강댐과 춘천댐 방류수가 만나 한강 수계로 흘러가는 곳이어서 북한강 수계댐이 동시다발적으로 방류할 경우 유속이 급속도로 빨라지는 지점이다.

7일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 댐자료에 따르면 사고 시간대인 지난 6일 오전 11시 의암댐의 물 유입량은 초당 1만1406t, 방류량은 초당 1만1335t에 달했다. 사고 지점의 당시 유속은 초당 3.3m였다. 선박이나 물건 등이 1초에 3.3m, 한 시간이면 12㎞를 떠내려가는 거센 물줄기 한복판에서 수초섬을 고박하려 했다는 얘기다.

최석범 수자원기술사는 “상류의 댐까지 수문을 열었으면 수문으로 빨려 들어갈 위험이 크다는 건 상식적인 사실”이라며 “사고 당시 의암댐에서 초당 1만t이 넘는 물이 방류됐다면 댐 바로 아래 하류는 초당 유속이 10m에 달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A씨(26)는 “경찰정 등이 출동할 때 ‘유속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그거 말이 되느냐”며 “댐 개방을 했는데 배를 내보내는 것은 자살하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초당 10m’ 거센 물줄기서 작업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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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에서 경찰들이 춘천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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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실종자들이 묶어두려던 인공 수초섬은 춘천시가 18억원을 들여 수질 정화를 위해 설치 중이던 수질개선 시설물이다. 춘천시는 지난 6월부터 의암호에 2700여㎡ 규모의 인공 수초섬을 조성 중이었다. 여름철 녹조 발생을 막는 등 수질 개선을 위해서다.

인공 수초섬은 완공 후 KT&G 상상마당 인근 의암호로 옮겨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엿새간 이어진 집중호우에 북한강 수계 댐들이 잇따라 방류를 하면서 옛 중도 배터 선착장에 설치된 수초섬이 사고 발생 당일 오전 의암댐 쪽으로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초섬이 최초에 있던 장소에서 의암댐까지는 4㎞가 넘는 거리다

춘천시 등에 따르면 1차 고박은 지난 6일 오전 11시7분 송암낚시터에서 진행됐지만 실패했다. 이어 오전 11시23분 스카이워크 인근에서 2차 고박 작업을 시도했지만 6분 뒤인 11시29분에 배 3척이 잇따라 전복됐다. 당시 현장에 나간 민간업체 보트와 기간제 근로자들이 탄 행정선(환경감시선), 경찰정 등이 현장에 출동한 구체적인 경위도 현재까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연락을 주고받은 당사자인 시청 담당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기간제 근로자 이동과 담당 공무원의 경찰 신고 시간, 경찰정에 동승한 것 등으로 볼 때 수초섬 고정작업을 처음에는 업체 직원들이 한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휴가 중인 담당 공무원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알고 현장에 나갔는지, 기간제 근로자 지원 요청 등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현재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춘천경찰서 형사과 등 28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하고 있다. 현재 사고 현장을 비추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은 확보한 상태지만, 화면이 흐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질선명화 작업을 의뢰하기로 했다.



국과수에 화질선명화 작업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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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뒤집힌 선박이 급류를 타고 수문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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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 목격자와 춘천시청 관계자 등을 상대로 수초섬이 급류에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하고 유실방지를 위해 결박 및 고정작업에 나서게 된 경위와 선박 전복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사고 경위를 명확히 규명하고 사고책임이 있는 관계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춘천 의암댐 전복 사고는 지난 6일 오전 11시29분 춘천시 서면 의암댐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사고 현장엔 폭우로 떠내려가는 수초섬을 고정하기 위해 수초섬 관리업체 고무보트와 행정선, 경찰정이 있었다. 하지만 수초섬 고박에 실패 후 철수하는 과정에서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 설치된 수상통제선(와이어)에 걸려 선박 3대가 전복됐다. 사고 직후 선박들은 폭 13m, 높이 14m의 의암댐 6번 수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시 경찰정에는 2명이 타고 있었고, 행정선에는 시청 기간제 근로자 5명, 고무보트에는 민간 업체 직원 1명 등 모두 8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7명은 실종되고 행정선에 타고 있던 근로자 1명은 가까스로 탈출했다. 이 중 B씨(68)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13㎞가량 떨어진 곳에서 구조됐고, C씨(68)는 사고 현장에서 20㎞가량 하류 지점인 남이섬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춘천=박진호·박현주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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