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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초당 1만톤 의암댐 방류 속… '수초섬' 작업 누가 지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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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민간업체가 작업 시작 파악"
실종자 가족들 "책임 떠넘기나" 분통
경찰, 블랙박스 수거해 수사 시작
한국일보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발단이 된 인공 수초섬이 7일 오후 강원 춘천시 의암댐 상류 신연교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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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5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춘천 의암댐 선박 전복 참사를 부른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을 누가, 언제 지시했는지를 놓고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춘천시가 7일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민간업체가 처음 수초섬 고정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놓자, 실종자 가족들은 "시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재수 춘천시장이 이날 실종자 가족과 취재진에 알린 내용을 종합하면, 춘천시 담당 부서가 의암호 인공수초섬 유실 방지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시점은 6일 오전 10시 48분쯤이다. 이 시장은 "이때 '떠내려가게 나둬라' '기간제 노동자를 동원하지 마라'고 담당 계장이 현장에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오전 10시 58분쯤 이미 현장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고, 행정선과 112상황실에 도움을 요청한 뒤 철수 중에 전복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춘천시의 설명이다.

이 시장은 "기간제 노동자들의 현장 이동과 경찰신고 시간, 담당 공무원이 경찰정에 동승한 것을 볼 때, 수초섬 고정작업은 업체 직원들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언제, 어떻게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지원 요청이 이뤄졌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춘천시와 이 시장의 설명대로라면, 시 고위직은 수초 고정작업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누군가 독단적으로 작업을 결정했다는 주장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위계를 강조하는 공직사회에서 상급자의 철수 명령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더구나 당시는 의암댐이 수문 14개 가운데 9개를 10여m 높이로 열고 초당 1만톤의 물을 하류로 방류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춘천시의 설명은 "사고 원인을 실종자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다"는 분노를 부르고 있다. 민간 업체 실종자 아내는 "춘천시가 민간 업체의 독단적 움직임 때문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인 양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남편 휴대폰에는 사고 당일 오전 8시에 춘천시에서 걸려온 통화 기록이 있다"며 "민간 업체의 독단적 결정이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가족도 "이미 업체 직원 중 5일 저녁 수초작업을 한다고 가족들께 전화한 사람이 있다"며 "민간업체는 충북 진천에서 왔는데 6일 오전에 갑자기 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정을 조종하다 실종된 이모(55) 경위의 가족은 "물살이 이렇게 센 와중에 대체 누가, 왜 사람들을 댐으로 내몬 건지 그것 하나 알기가 이렇게 어렵냐"며 가슴을 쳤다.

이날 사고 현장에선 경찰정이 먼저 침몰하자 이를 구하기 위해 뒤따라 나선 것이란 증언도 나왔다. 수초섬 보수에 나섰던 직원은 "구조된 후 뒤를 돌아봤을 때 경찰정은 뱃머리만 보였다"며 "민간 고무보트는 분명 잘 따라오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묘사했다. 춘천시가 과연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참사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경찰의 수사도 시작됐다. 강원경찰청은 광역수사대 등 28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 이날 수초 보수업체 관계자와 춘천시 공무원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사고지점에서 14㎞ 하류에서 발견된 경찰정에서 수거한 블랙박스를 수거해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사고 책임자는 엄중히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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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발생 이틀째인 7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춘성대교 인근 북한강에서 사고 경찰정이 발견돼 경찰과 소방이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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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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