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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국 곳곳에 모인 전공의들  "의사 모자란다면 병원 왜 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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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공의 '집단휴진' …'정원 확대' 정부 성토
헌혈 후 지역별 토론회…대구경북 '1,600명' 운집
경기도, 14일 개원의 집단휴진일에 '진료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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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휴진에 들어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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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전공의들이 정부에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시위를 벌인 7일. 이날 수도권 외 지역의 수련ㆍ전공의들도 집단휴진에 나서 세를 과시했다.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금요일이었던 데다 수술ㆍ진료 일정 사전조정을 통해 큰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오는 14일 개원의 집단휴진도 예고된 만큼 일선 의료현장의 혼란도 우려된다.

‘성토장’ 된 대구지역 토론회… 청년의사 1,600명 참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홍역을 치른 대구ㆍ경북지역 수련ㆍ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눈에 띈다. 이날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0 젊은 의사 단체행동, 대구ㆍ경북 전공의ㆍ의대생 의료현안 토론회’에는 1,600여명이 몰렸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대부분이 지역 대형병원에 근무 수련 중인 인턴ㆍ레지던트로 보였다.

경북대병원은 전체 인턴ㆍ레지던트 278명(칠곡경북대병원)명 중 224명이, 영남대병원은 165명 전원, 계명대 동산병원 183명, 대구가톨릭대병원 150명 등 대구지역 인턴ㆍ레지던트 대부분이 집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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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국 전공의가 집단휴진에 들어간 7일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0 젊은의사 단체행동에 참석한 1600여명의 대구, 경북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대구,경북 의사회장단의 연대사를 듣고 있다. 대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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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장은 토론회장이 아니라, 성토장과 다름없었다. 이성구 대구의사회장은 “정부 여당은 의료 백년대계를 생각하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라는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공의는 “이번 코로나 사태 때 불거진 의료공백 등은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합리한 의료수가 등으로 특정 지역과 분야로 의료인력이 쏠렸기 때문”이라며 “의사가 그렇게 모자란다는데 왜 그렇게 많은 병원과 의원이 망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연가를 내고 24시간 집단 휴진함에 따라 각 병원은 비상대책팀을 구성, 진료 공백에 대비했다. 주 초부터 수술과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응급실 등에는 전문의들을 배치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료 현장에서 별다른 혼선은 없다”며 “다만, 14일로 예정된 개원의 집단휴진 때도 전공의들이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집단휴진이 반복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 우산에 검은 마스크 쓴 청년의사
대전ㆍ충남 지역 전공의들도 7일 하루 집단휴진을 하고 대전역 서광장에 모여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500여명의 전공의는 검은 우산을 쓰고 우의, 마스크를 착용 비장함을 더 했다. 이들은 '대책 없는 정원확대 부실의사 양산된다' '항암제보다 한약 보험이 먼저?'라는 등의 문구를 인쇄한 손팻말을 들고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집회를 대형 스크린으로 시청했다.

이날 대전지역에서는 충남대병원 180명, 을지대병원 86명, 대전성모병원 71명, 건양대병원 111명 전원 등 전공의 448명(약 90%)이 휴가를 냈다. 충남에서도 천안 순천향대병원 등의 전공의 300여명이 집단행동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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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대전역 서광장에서 열린 전공의 결의대회에서 검은 우산을 쓴 집회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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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전ㆍ충남 지역 각 병원도 급한 환자 외에는 수술 일정을 잡지 않는가 하면, 중환자실과 입원 병동, 응급실 등 근무표에 전문의를 편성, 의료 공백 차단에 나섰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전공의들도 단체행동에서 빠지지 않았다. 부산시의사회와 부ㆍ울ㆍ경 전공의협의회 등에 따르면 부산지역 전공의 파업에는 900여명이 참여했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전원인 239명이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파업 하루 전인 6일 병원장 주재로 대책 회의를 진행했던 부산대병원 측은 전공의들이 맡았던 의료 업무에 교수들을 투입하고 있다.

필수시설 근무자 단체행동 열외… ‘진료 공백 없어’
부산대병원은 교수 300명 중 일부를 전공의 업무에 투입해 수술과 응급실 등에서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이 병원의 경우 외래 환자가 일평균 4,500~5,000명가량인데 파업이 진행된 이 날은 3,000명가량의 환자가 찾는다. 비교적 외래진료가 적어 전공의 파업에도 우려했던 큰 불편이나 진료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부산대병원 측은 “하루 파업으로 예정됐던 만큼 오후 6시 주간 근무 후 전공의를 대신해 일할 야간 당직 인력을 늘이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127명 중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인공투석실 등 필수 시설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4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울산의 울산대병원은 공교롭게도 파업 당일인 이날이 노조 창립기념일로 휴진에 들어가 90여 명의 모든 전공의가 근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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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젊은의사 단체행동에 참가한 인턴, 레지턴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에 돌입 후 토론회에 참여하고 있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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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도내 양산부산대병원 140명, 진주경상대병원 129명, 창원경상대병원 16명, 삼성창원병원 103명 등 전공의 388명 가운데 280명가량 파업에 참가했다. 이 중 삼성창원병원 전공의는 ‘직무교육을 한다’는 병원 방침에 따라 오전 병원으로 출근하기도 했다.

헌혈 릴레이 참가한 뒤 집단휴진
전북지역에서도 이날 도내 전공의 400여명 중 300여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은 이날 오전에 헌혈 릴레이를 한 뒤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되는 야외 집회를 생중계로 시청하고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전북지부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하기 전 각과 교수들과 논의해 대체 인력 방안 등을 마련해 환자들의 불편은 최소화할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역에서는 제주대병원 전공의 70명 등 120명이 파업이 참가했다. 이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정책은 본래의 취지인 지역ㆍ공공·ㆍ수의료 활성화가 아니다”라며 “현재도 왜곡된 의료를 더 왜곡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는 자승자박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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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휴진에 동참해 이날 하루 수련을 거부한 전공의 가운데 1,500여명은 적십자사에서 나온 헌혈차를 이용, 헌혈 캠페인을 벌였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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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와 대한전공의협의회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이날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기독교병원과 보훈병원 등 광주지역 4개 병원 전공의 530여명 중 집단 휴업에 참여한 인원은 440여명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공의 집단휴진과 관련 “집단 휴진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의료계가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전남은 섬과 산간 오지가 많고, 노인 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공공의료 기반도 취약해 잠깐의 의료공백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다. 전남도는 의료계 집단휴진에 대비해 지역 보건소에 비상 진료 대책반을 설치하는 등 보건기관과 공공병원 중심으로 비상 진료 대책을 수립하고 대응했다. 도 내에서는 화순전남대병원 전공의 84명과 국립나주병원 전공의 5명 등 모두 89명이 집단휴진에 참여했다.

‘거침없는’ 경기도, ‘집단휴진 예정일에 진료 명령’
청년의들의 집단행동이 있었던 이날은 별 탈 없이 지나갔지만, 문제는 오는 14일로 예정된 개원의 집단휴진이다. 진료 최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에 대비해 경기도는 시ㆍ군을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진료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한편 비상진료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도는 먼저 도내 7,178개 의원급 의료기관에 행정조치를 하도록 31개 시군에 요청했다. 도는 ‘집단 휴진 예정일 진료 명령’, ‘휴진신고를 위한 휴진신고명령’, ‘집단휴진이 확실할 경우 업무개시명령’ 등 3가지 행정조치를 취해 달라는 내용의 행정조치 요청 공문을 이날 보냈다. 집단휴진 예정일 진료명령은 집단휴진 예정일인 14일에 진료를 실시하도록 촉구하는 시장ㆍ군수 명의의 행정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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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휴진에 나선 대한전공의협의회가 7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 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문진표 작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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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신고명령은 집단 휴진일에 부득이한 사유로 휴진할 경우 관할 보건소에 휴진 4일 전까지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은 시군별 휴진 신고 기관이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수의 10% 이상일 경우에 내리는 것으로 휴진 신고 접수 건수를 파악해 12일 발동하게 된다.

현행 의료법은 행정명령 위반 시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정지 15일, 의료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대구=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대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광주=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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