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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왜?] '살아있는 고라파덕' 오리너구리가 항우울제를 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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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조류+파충류' 놀라운 원시동물

두툼한 꼬리와 오리주둥이, 어떻게 쓰일까

기후변화에 하천 오염까지...3분의 1 남아

이데일리

호주에 사는 동물 오리너구리, 오리너구리를 모티브로 탄생한 캐릭터 고라파덕 (사진=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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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이름처럼 항상 골(머리)이 아파 머리를 감싸고 있는 ‘고라파덕’. 뒤뚱거리는 걸음과 엉뚱한 행동 때문에 멍해 보이지만 신비한 염력을 발휘한다. 헤엄실력도 물고기 포켓몬들을 제치고 가장 으뜸이다.

이 캐릭터의 모델인 오리너구리는 호주에 산다. 앞에는 오리 주둥이, 뒤에는 두툼한 꼬리가 있어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동물로 꼽힌다. 전기자극으로 먹이를 포착하고 위기에 몰리면 독까지 뿜는다니 포켓몬 못지않게 개성적이다.

이 ‘살아 있는 고라파덕’은 18세기 학자들에게 한 마디로 ‘골때리는(?)’ 녀석이었다. 포유류, 파충류, 조류의 특징이 한데 섞여 있기 때문이다.

호주 동부에만 서식하는 이 동물을 처음 본 서양 학자들은 믿지 않았다고 한다. 직접 눈으로 보고도 사람이 주둥이를 달아놓고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고라파덕 보다 더한 ‘사기캐’ 오리너구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오리너구리는 결국 새로운 동물로 분류됐다. 포유류지만 알을 낳는다. 하지만 포유류의 특성인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운다. 이런 특성때문에 오리너구리는 단공목(알을 낳는 초기포유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단공류는 뒤늦게 유럽에 알려졌지만 사실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포유류 중 하나다.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갈라지는 단계에서 나온 원시동물이라고 한다. 이후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된 후 100만년을 호주 동쪽 해안의 온대 기후를 즐기며 산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너구리는 납작하고 가죽처럼 부드러운 재질의 주둥이로 하천 바닥을 긁어 퍼내서 곤충, 벌레, 조개류, 송어 등을 잡아먹고 산다. 모피처럼 부드럽고 방수와 보온이 되는 털, 물갈퀴 달린 발이 있어 잠수가 어렵지 않다.

전기를 탐지하기 때문에 눈과 귀를 꽉 막고도 먹이 찾기가 가능하다. 먹이를 잡으면 볼주머니에 넣거나 꼬리를 이용해 육지로 옮긴다. 꼬리는 낙타의 혹처럼 지방을 저장하고 수영할 때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오리너구리는 왜 항우울제를 먹고 있을까

하지만 호주에 가더라도 오리너구리를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다.

하천 오염도 우려 요인이다. 오리너구리가 사람이 먹는 항우울제 절반 가량을 먹고 있을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지난 2018년 11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논문에서 미국 캐리 생태시스템 연구소(Cary Institute of Ecosystem Studies) 수생 생태학자 엠마 로시(Emma Rosi) 박사는 오리너구리의 약물 노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분리수거 대신 쓰레기로 버린 약 속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폐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하천으로 흘러간다. 하천에 사는 물고기와 수생곤충은 항우울제와 항생제 성분을 흡수하게 된다. 이어 이들을 잡아먹는 오리너구리는 60종 이상의 약물에 노출되며, 그 정도를 계산해보면 항우울제 성분만 인체 권장량의 절반을 먹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리너구리는 자연 그대로의 서식지를 좋아하는 탓에 인공번식으로 개체 수를 불리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결국 지난 200년 동안 개체 수의 3분의 2가 사라졌다. 살아온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빠른 속도의 감소다. 언젠가 오리너구리는 캐릭터로만 알려진 동물이 될지도 모르지만 ‘실존해서 더 놀라운 동물’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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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너구리를 모델로 만든 한국 캐릭터 ‘오구’는 육지와 더불어 물 속에서 활동한다. (사진=오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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