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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의암댐 전복 선박… 실종된 공무원에 책임 돌린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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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섬 작업, 단독으로 진행"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강원도 춘천 의암댐 사고를 두고 춘천시가 사고의 단초가 된 수초섬 고정 작업의 책임을 실종된 주무관에게 미루는 듯한 입장을 보여 실종자 가족이 반발하고 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7일 오전 춘천 남면 경강교 인근 수색지휘본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사고 당시 자력 탈출한 안모(60)씨에게서 사고 당일인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쯤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수초섬이 떠내려간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담당 공무원은 실종된 이모(30) 주무관이다. 이 시장은 "오전 10시 48분 이 주무관이 기간제 근로자들과 함께 수초섬 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사무실에 알렸다"고 했다. 이에 담당 팀장은 "당일 이 주무관의 보고를 받고 '떠내려가게 내버려둬라, 기간제 근로자를 동원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이 주무관이 '이미 현장이다'라며 작업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상부의 지시는 없었으며 이 주무관이 단독으로 기간제 근로자를 데리고 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주무관은 팀의 막내였으며 사고 당일은 휴가 중이었음에도 수초섬 고정 작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휴가 중에 직속상관의 명령을 무시하고 혼자서 경찰선과 환경감시선을 동원하고 기간제 노동자 5명까지 불러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말단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라고 반발했다.

조선일보

의암댐서 14㎞ 떠내려온 경찰정, 실종자는 어디에… - 7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 춘성대교 인근 북한강에서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지난 6일 선박 전복 사고로 실종된 이들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날 의암댐에서 수초섬 고정 작업을 하던 선박 3척이 뒤집히며 8명 중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뒤로 보이는 것이 당시 급류에 휩쓸려갔다가 이날 사고 지점 14㎞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경찰정이다. 경찰정 내부에서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되지는 않았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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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급 주무관이 단독으로 기간제 근로자들을 이끌고 수초섬 고정 작업에 나섰다는 춘천시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주무관은 2018년 9월 임용된 8급 직원으로, 지난 6월 아내가 출산해 특별 휴가 중이었다. 공직 사회 막내인 그가 휴가 중에 직속상관의 명령을 무시하고 경찰선과 환경감시선을 동원하고 기간제 근로자 5명까지 무더기로 불러 작업을 진행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사고 당시 의암호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상류에 있는 화천댐과 춘천댐은 지난 2일부터 수문을 열고 초당 수천t의 물을 하류로 쏟아내 유속도 빠르고 거셌다. 폭우와 급류에 휘말린 선박 3척은 폭 13m, 높이 14m 의암댐 수문으로 빨려 들어가 하류로 휩쓸렸다. 이들의 목숨과 맞바꾼 수초섬은 춘천시가 지난 6월 의암호에 조성한 수질 정화용 인공섬이다. 인과 질소를 자양분으로 하는 식물을 심어 녹조를 제거하도록 만들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춘천시의 입장에 "사고 책임을 힘없는 하급 직원과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주무관의 누나는 7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동생이 사고 전날 올케에게 '수초를 보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현장에 찾아간다는 얘길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일 오전에도 갑자기 '나갔다 올게'라며 나섰다고 한다"며 "윗선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실종된 한 기간제 근로자의 딸도 "아버지가 사고 전날 엄마에게 '내일 수초 작업하러 간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실종자들의 명예가 걸린 문제다. 누가 시켰고 왜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쯤엔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춘성대교와 경강대교 사이에서 전복 사고로 유실된 경찰정이 발견됐지만 실종자는 찾을 수 없었다. 전날 사고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그땐 떠내려가게 둬야지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 너무 기가 막힌다"며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남부지방 다시 폭우… 광주 곳곳 침수 - 7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동천동 하남대로에서 차량들이 폭우로 물에 잠긴 도로를 뚫고 지나가고 있다. 이날 장마전선이 남부 지역에 머무르며 광주·전남에 한때 시간당 60㎜의 많은 비가 내렸다. 비 피해가 계속된 경기 안성시와 강원 철원군, 충북 충주·제천·음성, 충남 천안·아산 등 지자체 7곳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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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이날 경기 안성시와 강원 철원군, 충북 충주·제천·음성, 충남 천안·아산 등 지자체 7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날 장마전선은 남부 지방에 머무르면서 큰 피해를 입혔다. 호남에서는 한때 시간당 6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날 오후 8시 30분쯤 전남 곡성군 오산면 한 주택 뒷산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려 주택 4채가 매몰됐다. 이 중 2채에서 3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으나 결국 숨졌다. 광주광역시에서는 도심을 흐르는 광주천 수위가 높아지자 호남 최대 전통시장인 양동시장 등 주변 상인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광주 남구 주월동 백운교차로 주변 도로가 물에 잠겼고 동구 동명동과 장동 일대 저지대 주택들이 침수 피해를 봤다. 앞서 이날 오전 6시 32분쯤 전북 정읍시 산외면에서는 하천에서 물고기를 잡던 5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119구조대가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주말인 8~9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많은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8일 오후 3시까지 충청도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한 비가 예보됐다.

[춘천=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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