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됐어, 빌린 돈 안갚아” 中은 왜 세계 각국에 이런 취급 받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류샤오밍 주영 중국대사.[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30일 류샤오밍(劉曉明)주영 중국 대사 말이다. 류 대사는 트위터 화상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파트너나 친구가 아닌 적으로 다루면 영국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협박이 아니라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5G 통신망 구축사업에 영국이 화웨이를 배제해 한 말이다. 주영 대사가 엄포를 놓을 만큼 영국의 반(反)화웨이 전선 합류는 그만큼 중국엔 충격이다.

중앙일보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월 존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의 폭탄선언이다. 중국서 빌린 100억 달러를 안 갚겠다는 거다. 전임 대통령이 맺은 계약이 말도 안 되는 조건이라서다. 빌린 돈으로 탄자니아에 항구를 짓는데, 사용권은 중국이 99년간 갖는다. 중국의 항구 내 활동에 아무 조건도 달지 않는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술 취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계약”이라고 했다.

두 나라 모두 중국과 척지면 손해가 크다. 영국은 기존에 설치된 화웨이 장비를 뜯어내고 다른 설비로 교체한다. 이에 5G 서비스 출시가 2~3년 늦어진다. 총 25억 파운드(약 3조 7757억원)의 생돈이 더 들게 생겼다. 탄자니아도 계약 파기로 생길 외교적 문제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두 나라는 중국에 등을 돌렸다.

중앙일보

지난 6월 화상으로 열린 중국·아프리카 특별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인사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유럽에선 프랑스도, 중국에 우호적이던 이탈리아도 화웨이 배제에 나선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도 중국과 건설 프로젝트 취소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중국·아프리카 특별정상회의에서 채무 상환 기한을 늘려주기로 했지만, 불만은 여전하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외교 야망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은 왜 이런 취급을 받을까.



중앙일보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2번째)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시 주석 왼쪽은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이 국제사회 영향력을 넓힌 비결. 2가지다. ▶싼값의 기술·노동력 ▶막대한 머니파워. 영국이 화웨이에 우호적이었던 이유가 전자다. 아프리카가 중국과 긴밀한 이유는 후자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중앙일보

엘리자베스 브로 RUSI 선임연구원. [사진 RUSI]


영국 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엘리자베스 브로 선임연구원의 분석을 보자. 그는 포린폴리시(FP)에 쓴 글에서 “중국은 미국이 수십년에 걸쳐 여러 국가에 만든 소프트 파워가 전무하다”고 비판한다. “솔직히 중국은 미국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전 세계에서 누가 자발적으로 중국 노래, 중국 TV프로그램, 중국 패션을 보고 따라하느냐”는 거다.

중앙일보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영향력의 ‘밑천’은 올해 드러났다. 코로나19로 많은 나라 경제가 고꾸라졌다. 여기에 미국의 반중 전선 동참 압박은 갈수록 커진다. 중국이 내세운 이점만으론 중국과 함께 할 이유가 부족해졌다. 오히려 중국에 가지던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영국과 탄자니아의 반중 행동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중앙일보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브로 연구원의 일갈이다. 그는 “중국의 국제 위상 추락은 그동안 중국이 글로벌 상업 네트워크만 구축하고 우정을 쌓지 않은 탓”이라고 본다.

중앙일보

[사진 셔터스톡]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중국이 옛 동독에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다. 하지만 중국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 결국 경제적으로 몰락해 서독에 흡수됐다. 하지만 “동독의 유산은 지금도 많은 나라에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동독 외교의 핵심은 ‘교육 ’이다. 1951년부터 89년까지 125개국, 7만 8400명의 외국인 학생이 동독에서 대학 학위를 받았다. 다수는 동독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였지만, 그렇지 않은 개발도상국 출신도 많았다.

중앙일보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신화=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인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의대생이던 1970년대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피해 동독에 망명했다. 동독 정부 지원으로 의학 공부를 마치고 결혼도 했다. 현재 모잠비크, 앙골라, 남아공 집권 세력 상당수도 과거 동독에서 교육 기회를 받았다. 바첼레트 등 많은 이들이 “동독에서의 생활을 매우 행복했다”고 기억하는 이유다.

교육을 통해 ‘친동독파’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브로 연구원은 “동독의 교육 지원은 이념은 달랐지만, 미국의 해외 외교관 장학제도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은 다르다.



중앙일보

2015년에 나온 영화 ‘전랑(戰狼, Wolf Warrior)’은 짙은 애국주의적 색채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직설적이고 거친 언사를 마다하지 않는 중국 외교관을 중국에선 ‘전랑’이란 뜻의 ‘늑대 전사’로 부른다. [중앙포토]


친중파 육성엔 소홀하다. 대신 브로 연구원은 “외국의 화교가 본국(중국)과 밀접해지도록 ‘압력’을 가하려 했다”고 봤다. 국영 미디어는 중국 관련 뉴스를 해외에 송출하는 데 집중한다. 외교관은 상대국에 엄포를 놓는 ‘늑대 전사(戰狼, Wolf Warrior)’ 외교만 한다. 2015년 중국에서 히트한 영화 ‘전랑(戰狼)’에 나오는 전사처럼 툭하면 싸운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물론 브로 연구원의 말이 모두 옳지는 않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 이곳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의 외교 전략. 분명 수정은 필요해 보인다. 중국이 진정 미국을 대체할 G1의 꿈을 갖고 있다면 말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중앙일보

[사진 차이나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