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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무인점포로 바꿨더니, 평당 매출 2배 늘었다"…인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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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여의도동에 문을 연 아이스크림 무인 판매점은 저렴한 가격과 언텍트 판매로 동네상권을 파고들었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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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동의 아파트 상가 1층에는 지난달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ㅇㅇㅅㅋㄹ’가 들어섰다. 아이스크림이란 뜻 같지만, 알고 보면 ‘응응스크르’라는 프랜차이즈 업체명이다. 33㎡(약 10평) 남짓한 가게에는 빙과류 냉장고 4대와 과자·젤리류가 전시된 선반, 그리고 셀프 계산대가 작은 공간을 꽉 채웠다. 편의점에서 1000원이 넘는 비비빅, 호두마루, 옥동자, 누가바 등 막대 아이스크림을 400원에 팔고 있다. 큰 상자에 담긴 과자도 낱개 혹은 소포장으로 200원에서부터 판매한다.



무인점포로 바꾸니 매출 두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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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의 아이스크림 가격은 400원에서부터 시작한다. 과자·젤리류도 200~15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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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창업한 응응스크르는 1년 반 만에 점포 수가 400여개로 늘었다. 또다른 아이스크림 할인점 픽미픽미는 전국 300여개의 매장 중 200여개를 무인점포로 운영 중이다. 국내 아이스크림 할인점 중에서 점포 수가 가장 많은 더달달도 무인점포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들은 무인점포로 바꾼 뒤 평당 매출이 최대 2배 늘었다고 밝혔다. 신득기 응응스크르 대표는 “아르바이트생을 쓸 때는 인건비 때문에 하루 12시간 정도만 영업이 가능했는데, 무인점포로 바꾸고 나니 새벽 늦은 시간의 매출까지 확보하게 됐다”고 했다.

편의점보다 저렴한 이유는 마진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아이스크림은 원래 마진율이 높은 상품인데, 편의점 같은 유통업체는 우리보다 인건비·운송비가 더 들기 때문에 더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종업원 눈치 안 보고 골라서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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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면서 유통업계는 '무인 결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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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소비 증가, 편의점보다 저렴한 가격, 그리고 24시간 종업원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원 박모(34)씨는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은 심심할 때마다 방문해 군것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무인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제품을 하나하나 스캐너에 찍고, 계산하고, 현금 또는 카드를 넣고, 거스름돈까지 받는 과정이 번거로울 것 같지만, 초등학교 2~3학년생도 곧잘 하고, 오히려 마트 놀이하듯 재미있어하는 분위기였다. 고객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먼저 가게를 이용 중인 사람이 나갈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는 질서정연한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CCTV·주변 눈치까지…예상보다 도난 사고 드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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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편의점인 이마트24 nc타워점에서 한 방문객이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마트24는 무인점포 56개, 하이브리드 점포 34개를 운영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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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장사다 보니 도난 사고도 의외로 적다. 전체 매출의 1% 정도라고 응응스크르 측은 설명했다. 여의도점 점주는 “일부 어르신이 물건을 그냥 가져가거나, 여러 물건을 계산할 때 의도적으로 일부는 스캐너에 찍지 않는 절도 행위를 폐쇄회로TV(CCTV) 영상으로 가지고 있지만, 아직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큰 사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스마트폰을 카페 테이블에 두고 화장실을 다녀올 정도로 도난 사고가 적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무인점포가 성장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라며 “특히 도시에서는 CCTV에 시민끼리 서로 감시하는 기능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실 아르바이트생이 있더라도 크고 작은 도난 사고 혹은 물건이 망가지는 등의 로스(손실)는 발생한다”며 “이런저런 손해를 고려하더라도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게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덩달아 '반값' 아이스크림 할인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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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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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가 침체한 빙과 시장의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막대 아이스크림 시장은 2016년까지 2조원 규모를 유지하다 지난해 1조573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원통형 아이스크림 시장도 1조5685억원에서 1조1612억원으로 26% 줄었다.

빙과류 수요를 늘어나는 무인점포에 뺏긴 편의점은 할인 견제에 나섰다. CU는 지난 1일부터 페이코인으로 결제하면 총 130여 가지 아이스크림을 반값에 판매 중이다. 통신사 할인 혜택을 중복으로 적용할 경우 최대 67% 저렴하게 살 수 있다. GS25는 매주 금·토·일요일 삼성카드로 빙수를 구매할 때, 1+1행사를 한다. 세븐일레븐은 소프트아이스크림 5종을 카카오페이나 페이코인으로 결제할 경우 50%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비싼 인건비에 커피·라면 등 다양한 무인점포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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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카페X는 로봇이 커피를 서빙하는 무인점포다.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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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앞으로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커피, 라면 등 다양한 품목의 무인 판매점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서 교수는 “국내 인건비가 비싸지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영업자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동시에 기계가 발달하면서 인공지능(AI)이 접대하는 커피숍이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일단 고용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아울러, 도난 외에도 각종 화재·안전사고의 위험도 빼놓을 순 없다. 옥경영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편의점에서는 어린아이가 아이스크림 냉동고를 열다가 손을 다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데, 무인점포도 이러한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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