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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팩트체크] 산지 태양광설비와 산사태 연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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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에 나무 잘라 태양광시설 설치…"산림 훼손돼 산사태 위험↑"

현정부 초반 산지태양광설비 급증…재생에너지 강조 정책은 보수정부서도 추진

연합뉴스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산림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김예림 인턴기자 = 전국적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잇따르자 산비탈에 설치하는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산사태의 주범으로 증명됐다"라거나 "정부가 경제성도 없는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사업 정책으로 국민에게 피해만 줬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 탓에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며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인재'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산지 태양광 설비, 산사태 원인 중 하나?…전문가 "근거있다"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산사태 원인의 하나로 거론되는 이유는 건설 과정에서 산림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최대한 오랫동안 쬘 수 있도록 일정한 경사 이상의 산비탈을 골라 나무를 베어 설치하기 때문에 지반 약화에 따른 산사태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전국 임야에서 총 232만7천495그루의 나무가 베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올해 장마 기간에만 벌써 6곳의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에서 토사 유실 등 산사태 양상이 확인됐다.

경북 성주군, 경북 고령군, 전북 남원시, 강원 철원군, 충남 천안시, 충북 충주시 등 6개 지자체 소재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에서 토사가 유실돼 옹벽이 붕괴 되거나 주변 농가나 농장에 피해를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산림청도 산사태 위험이 높은 전국 802개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집중점검에 나선 상태다. 산림청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토사 유실 위험이 있는 설비를 미리 찾아내 산사태 위험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산지 태양광 설비와 산사태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며 "산지 태양광 설비 설치도 일종의 난개발인 만큼 산을 건드렸을때는 원래 산의 흐름, 원래 산의 단단한 정도 등에 맞게 복구를 해야하는데 복구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산지 태양광 패널 구조 자체에 대한 검토도 해야 하고 야산 전체의 안정성을 검토하는 '사면 안정성 검토'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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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신규 산지 태양광시설과 산사태, 연간 강수량 증감 추이 비교
[자료출처=산림청, 기상청]



◇산지 태양광시설 확산과 산사태 면적 정비례?…뚜렷한 상관관계 확인 안돼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산사태에 취약하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다만 큰 틀에서 볼때 시설의 증가가 곧 산사태 증가로 이어졌는지는 통계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신규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증감 추이와 산사태 발생 증감 추이는 물론 연간 강수량 추이를 다각적으로 비교·분석해야 한다.

먼저 산사태 발생의 핵심요인인 연간 강수량 추이를 살펴봤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 강수량은 1천444m를 기록했다. 이어 2011년 1천622m, 2012년 1천479m, 2013년 1천162m, 2014년 1천173m, 2015년 949m, 2016년 1천272m, 2017년 967m, 2018년 1천386m, 2019년 1천184m를 기록했다.

이처럼 2010년∼2019년 연간 강수량에 극적인 증감이 없었기 때문에 산사태 증감 추이와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증축 추세가 서로 유사한 흐름을 보여야 양자간 상관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신축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0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전국 임야 중 총 30ha 면적에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2011년 21ha, 2012년 22ha, 2013년 44ha, 2014년 176ha가 각각 신규 증축되는 등 증가 추세를 유지했다.

2015년 522ha로 전년 신축규모 대비 3배가량 늘어난 뒤에는 2016년 529ha, 2017년 1천435ha, 2018년 2천443ha가 각각 신규 증축되는 등 산지 태양광 설비가 급증했다. 하지만 2019년에 증가폭이 1천24ha를 기록하며 기세가 꺾인데 이어 올해는 5월까지 112ha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2018년까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산사태는 2011년 이후 2015년까지 줄었다가 2016년 이후로는 증가와 감소를 번갈아 했다.

중앙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10년 산사태 면적은 206ha였지만, 2011년 824ha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어 2012년 492ha로 다시 줄어들었고 2013년 312ha, 2014년 70ha로 급감했다. 2015년엔 아예 산사태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6년 54ha, 2017년 94ha, 2018년 56ha, 2019년 155ha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연간 강수량 추이가 큰 폭의 변화 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산사태 발생 추이와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신축 추이는 따로 움직였다.

특히 2018년도 수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년도와 비교해 신규 산지 태양광발전시설과 강수량이 크게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산사태는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결국 산지 태양광 설비가 폭우시 산사태 유발 요인의 하나인 것으로 분석되지만 '산지 태양광 설비 증가가 산사태 증가의 주범'이라고 볼 통계적인 근거는 아직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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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의 원인(GIF)
[제작 김유경. 제공 산림청]



◇ 文정부 초반 산지태양광 급증…중반이후 규제강화로 신규허가↓

폭우시 산사태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산지 태양광 설비가 '문재인 정부 1,2년차에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1천435ha 면적의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새로 조성됐고, 2018년엔 2천443ha가 새로 추가됐다. 2010년 이후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였던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이 문재인 정부 초반기에 더욱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2018년 후반기부터 산림 훼손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증가 속도를 줄였다.

정부는 2018년 10월 제6차 부담금 운용심의위원회에서 산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면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대체 산림자원 조성비 감면 기간 설정 및 감면 대상 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산지 전용허가를 받은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대체 산림자원 조성비'의 면제대상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을 제외한 것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산림자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을 일시사용허가 대상으로 전환해 지목변경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20년간 발전시설로 사용한 뒤 시설 부지를 다시 기존 임목 상태로 돌려놔야 한다. 또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의 평균 경사도 허가기준을 기존 25도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신규 허가 면적은 2018년 2천443ha에서 2019년 1천24ha로 58% 줄었다. 또 허가 건수는 2018년 5천553건이던 것이 2019년 2천129건으로 62% 감소했다. 더욱이 작년 허가건수 2천129건 가운데 75%는 제도개선 이전 신청건에 대한 허가였다고 산업자원부는 소개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산지태양광 늘었다?…MB·朴정부때도 재생에너지 강조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트레이드 마크인 '탈원전'과 산지 태양광 발전 설비 증가 사이에 연관성은 어떨까?

정부 정책이 태양광 발전을 전반적으로 장려하는 분위기로 작용했을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신재생에너지 강화 정책은 '녹색성장'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와 뒤이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추진됐기에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증가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서만 찾는 것은 논리적으로 하자가 있다.

우선 이명박 정부에서 논의됐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2012년 본격 시행되면서 풍력, 조력, 수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본격화됐다는 것이 일반적이 평가다. RPS는 50만k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부분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후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시행한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 정책이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증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발전설비사업자의 태양광 발전 의무공급량을 300㎿로 확대하는 이 정책으로 인해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신규면적이 2014년 176ha에서 2015년 522ha로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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