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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토요리뷰] "한달 새 두 번 제주에 갔다…무동력 카트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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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ICT 스타트업 모노리스의 그래비티 레이싱 테마파크 '9.81파크'

누적 투자액 700억원…"해외 진출·국내 상장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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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파크의 무동력 레이싱 카트 (9.81파크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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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제주도 한라산 중턱을 따라 카트가 달린다. 시원한 바람이 나를 감싸고 고개를 돌리면 비양도도 보이지만 이를 느낄 수 없다. 옆 트랙을 지나는 저 상대에게 내 모든 신경이 곤두서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에는 국내 최초 그래비티(중력) 레이싱 테마파크 '9.81파크'가 있다. 제주 ICT 스타트업 모노리스가 운영하는 이곳은 여러 ICT기술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세계 유일의 테마파크다.

테마파크의 수식어인 '그래비티 레이싱'은 말 그대로 경사도(횡경사와 난경사)를 이용해 중력가속도만으로 즐기는 카트 경주를 뜻한다. 9.81이라는 이름도 중력가속도 (g=9.81m/s2)에서 따왔다. 운전자는 중력만으로 최대 60㎞/h의 속도까지 주행할 수 있다. 운전면허도 필요없다.

9.81파크에서는 티켓 구매부터 입장, 기록 공유까지 모든 활동이 디지털로 이뤄진다. 친구와의 소셜 활동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할 수 있다.

먼저 이용자는 입장 시 종이티켓이 아닌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팔찌형 웨어러블 티켓을 제공받는다. 이 티켓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이 적용됐다. 직원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이용자는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나아가 주행 기록을 모바일로 연동하는 역할도 해낸다.

카트에 탑승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꼭대기로 이동한다. 간단한 조작 교육을 받는 공간에는 레이서의 기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카트와 실시간 기록 전광판이 화려하게 움직인다. 그렇게 카트를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서면 10개 트랙(3개 코스)과 함께 멋진 제주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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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위에 앉아 출발 신호를 기다릴 때도 제주도의 멋진 자연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안전을 위해 주행 중에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으며 주행을 마친 즉시 카트에 달린 촬영기기가 9.81파크 모바일 앱으로 주행영상을 공유해준다. © 뉴스1 송화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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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파크는 주행용카트(GR차량)을 직접 제작할 뿐 아니라 GPS와 센서, 자율주행 등 ICT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에게 레이싱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회사는 대학생 자동차 제작 경진대회를 주름잡았던 선수들과 로봇개발 전문가들을 스카웃했다.

카트에 앉아 팔찌를 대면 주행을 위한 준비는 끝난다. 빨간 신호와 함께 출발 신호가 울리면 경사로를 따라 카트가 느긋하게 움직인다. 가속페달은 없지만 카트 속도는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점점 빨라진다. 카트는 코스 별 제한속도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속도를 제어한다. 물론 브레이크도 쓸 수 있다.

주행 트랙을 따라 새별오름과 비양도, 한라산 등 제주의 자연광경이 펼쳐진다. 무동력 카트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는 착한 놀이기구의 역할도 한다. 별도의 연료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단 카트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전기에너지가 쓰인다.

주행을 안전하게 마친 이용자는 모바일 앱을 통해 랩타임과 주행영상, 전체랭킹 순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주행영상은 이용자가 직접 내려받아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다. '인증' 세대인 2030 세대를 제대로 간파한 것. 실제 #981파크를 소셜미디어에 검색하면 주행영상을 공유한 이용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신없이 레이싱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상급자 레이서(마스터) 자격을 획득했다. 마스터가 되면 전문가용 차량을 탑승할 수 있는데 이 카트를 타고 미션(최고속도 40km/h 달성, 횡가속도 0.9G 달성 등)에 성공하면 게임에서나 볼 수 있던 '부스터'(추진로켓) 기능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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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을 마친 레이서는 9.81파크 앱을 통해 랩타임(구간기록)과 전체랭킹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8일 기준 기자는 올해 리그X 라운드2 레이스 8에서 상위 27.86%인 17위에 랭크됐다. 순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레이서의 기록에 의해 밀려나는데 이것이 9.81파크를 또다시 찾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 뉴스1 송화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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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을 즐기는 레이서의 심리를 저격해 회사는 매년 경쟁대회 'GROC'(Gravity Race Of Champions)를 개최한다. 매년 각 리그의 상위 레이서를 모아 왕중왕전을 펼치는 것. 회사는 지난해 12월 첫 대회를 개최하고 올해 2회 대회를 논의 중이다.

9.81파크에는 무동력 카트 외에도 즐길거리가 넘친다. 가상현실(VR) 레이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레이스VR', 레이저 태그로 즐기는 서바이벌 배틀 게임 공간 '갤럭시아레나' 등이 대표적이다. 잠시 여유를 즐기는 카페(라운지엑스)에서는 로봇이 만들어주는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흥미로운 놀이 요소들은 비가 내려 카트를 탑승하지 못해도 온종일 9.81파크에서 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기자가 1개월 새 두 번의 제주를 가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놀이도 그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모노리스의 사업은 놀이의 본질에 가까우면서 기술과 공유를 더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잘 맞는 스마트한 놀이터"라며 "초기 센터 입주기업으로 센터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투자금액을 유치한 스타트업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모노리스의 누적투자금은 700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테마파크를 국내 다른 도시로 확장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22년을 목표로 국내 상장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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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파크에는 실내 놀이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서바이벌 전투 게임 공간 '갤럭시아레나'에서는 친구들과 레이저 태그 총싸움을 즐길 수 있다. (9.81파크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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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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