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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과학TALK] 전세계 관측위성 ‘시력’ 경쟁… 아리랑 7호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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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시설·차량 정찰 가능" 30cm급 해상도 앞다퉈 개발
美, 세계 최고해상도 15cm급 보유… 민간도 30cm급
日, 2018년 30cm급 이어 2023년 25cm급 업그레이드
韓, 내년 발사 아리랑 7호 30cm급… 소형차 식별 가능

조선비즈

유로피언 스페이스 이미징(European Space Imaging)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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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목적 중 하나는 하늘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것이다. 지상의 물체를 얼마나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지에 따라 안보, 기상예측, 재난재해 대응, 농림·산림·해양 정보 활용 등의 능력이 달라진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지구관측위성의 ‘시력’을 높이기 위해 조(兆) 단위 개발비가 들어가는 위성 해상도 경쟁을 벌여왔다. 우리나라 역시 이 경쟁에 참전해왔으며 내년 아리랑 7호 발사를 통해 한단계 더 오르겠다는 계획이다.

◇미·일·EU, 조 단위 투자로 ‘관측위성 강국’ 지위 선점

지구관측위성은 주로 500~700km 높이의 저궤도 상공에서 지구를 공전하며 지표면을 관측한다. 지표면에서 반사된 햇빛을 감지하는 광학카메라 등으로 구성된다. 1972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랜드샛 1호(Landsat-1)’를 시작으로 유럽·일본·러시아·인도·한국 등이 발사 대열에 뛰어들었다.

8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세계 관측위성들의 해상도(흑백영상 기준)는 1m 수준이었다. 해상도는 두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간격으로, 수치가 작을수록 성능이 높다. 1m의 해상도는 500여km 떨어진 하늘에서 땅 위의 1m 떨어진 두 물체를 구분해내는 능력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30cm 이하로 내려갈 만큼 해상도가 발전했다. 2018년 한국국방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에서는 이 정도 해상도를 "군사 기지와 핵·미사일 시설 건설과 운용 여부, 군용 차량 종류와 대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30cm급 해상도는 ‘관측위성 강국’의 기준이 됐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정도만 이 기준을 넘고 있다. 미국 ‘키홀 11호(KH-11)’의 해상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15cm급으로 알려져있다. 이같은 해상도를 얻기 위해 키홀은 개발에만 총 6조원의 예산을 들였고 10톤(t) 무게의 몸체에 지름 2.4m의 반사경까지 만들었다. 미국에선 2014년 발사된 민간 위성 ‘월드뷰’ 역시 30cm급 해상도를 구현해냈다. 개발 중인 후속 민간위성의 성능은 25cm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연에 따르면 2003년부터 관측위성을 운용해온 일본 역시 2018년부터 30cm급 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에는 25cm급 위성을 발사하고 2024년까지 총 10개의 정찰위성을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찰위성 개발에만 지금껏 10조원을 썼다고 한다.

유럽은 ‘헬리오스’ 등의 30cm급 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도 2013년 ‘가오펀(高分) 1호’를 시작으로 매년 관측위성을 하늘로 보내고 있다. 지난 6일 발사한 가오펀 9호는 1m 이하의 해상도를 가졌다.

◇50cm 머문 한국, 내년 30cm급 발사… 66kg짜리 정찰위성까지

국내 첫 지구관측위성은 1999년 발사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1호’다. 광학카메라 해상도는 6.6m였다. 2006년에는 이스라엘과 공동 개발을 통해 세계에서 7번째로 1m급 해상도를 구현한 아리랑 2호를 발사했다. 2012년 발사된 3호는 당시 세계 6위 수준인 70cm까지 성능을 올렸다. 3호에 들어가는 광학카메라(AEISS)는 설계부터 조립, 시험까지 대부분 국내 기술로 개발이 이뤄졌다. 5호는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파를 받아들여 영상을 만드는 기능을 탑재했다.

2016년에는 현재 국내 최고 해상도인 50cm급 위성 3A호를 발사했다. 이 위성은 적외선 센서를 통해 밤에도 관측이 가능하다. 현재 항우연은 아리랑 3·5·3A호를 상호보완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6호는 5호의 후속으로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파 영상 해상도를 1m에서 50cm로 개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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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3A호 소개 영상./항우연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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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우리나라도 30cm급 해상도 관측위성을 가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성능을 갖춘 아리랑 7호가 내년에 발사될 예정이다. 1999년 아리랑 1호(6.6m)와 비교하면 22년만에 해상도를 22배 끌어올린 셈이다. 7호는 관측을 위한 핵심 장치인 광학부의 크기를 기존보다 1.5배 확대함으로써 해상도를 높였다. 3A호에 비해 지상 물체 판독 능력이 3.4배 높아져, 기존에는 어려웠던 소형 자동차 식별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테라비트(Tbit·1조 비트)급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지상에 전송하기 위한 기술도 독자 개발 중이다.

아리랑 외에 차세대 중형위성 1호도 50cm급 해상도를 가졌다. 기상관측 등에 활용될 이 위성은 무게가 500kg으로 아리랑 3A호(1100kg)의 절반 수준이면서도 비슷한 해상도를 구현했다. 올해 11월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3일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23년까지 북한 등 한반도 주변을 감시할 수 있는 초소형 정찰위성 여러 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무게 66kg, 가로·세로 3cm·70cm 수준으로 작고 가볍게 만들면서도 1m급 해상도를 갖출 예정이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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