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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신라면 베낀 것 아닙니다"…1위 넘보는 '갓뚜기'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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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수 브랜드] 51. 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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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3월 출시 당시 진라면 순한맛 포장. 사진 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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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3월 출시 당시 진라면 매운맛 포장. 사진 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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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라면은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8년 3월 탄생했다. 바로 2년 전인 86년, 농심은 아시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매운맛’이라는 콘셉트로 신라면을 내놓고 무섭게 성장할 즈음이다. 삼양라면에 밀려 수십년간 만년 2위이던 농심은 너구리와 안성탕면 등의 호조로 85년 1위에 올랐고, 신라면 덕택에 라면 왕좌를 공고히 할 기반을 만들었다. 뒤따라 나온 진라면은 신라면과 발음이 비슷해 “따라 했다” 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오뚜기 측에 따르면 이는 억측이다. 진라면은 “국물이 진하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명이다. 창립 이래 카레 등 조미식품과 즉석식품에 집중하던 오뚜기는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느껴 라면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87년 곱배기라면, 진곱배기면, 열라면 등을 만들던 청보식품을 인수했다. 오뚜기는 당시 라면용 튀김 기름인 팜유와 우지를 공급해 왔기 때문에 라면 시장 진출이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난관이 많았다. 청보식품 인수 뒤 오뚜기는 먼저 참라면과 라면박사를 내놓았다. 청보식품에서 나오던 라면과 유사했던 두 제품은 실패작에 가까웠다. 세 번째로 나온 진라면에서야 소비자 반응이 왔다.

신라면이 매운맛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면, 진라면은 이름처럼 진한 국물에 승부를 걸었다.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 중 고를 수 있어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초등학생의 지지를 얻었다. 진라면 매운맛도 다른 매운 라면보다 순한 편인데, 비결은 하늘초 고추다.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은근한 매운맛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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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한 진라면 매운맛. 진라면은 진한 국물을 강조한 라면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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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라면 맛이 처음부터 호평받았던 것은 아니다. 맵지 않은 라면 카테고리에선 농심 안성탕면이나 삼양라면에 밀렸다. 하지만 2005년부터 6차례나 맛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기존에 없던 쇠고기 맛 플레이크를 넣고 당근·대파·버섯 등 건더기 양을 늘렸다. 국물 맛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라면 수프의 소재를 다양화하면서 실험을 했다.



진한 국물맛, 퍼지지 않는 면발 추구



면발에 밀 단백을 추가해 식감을 좋게 하는 등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현재의 진라면이 완성됐다. 진라면의 매력은 진한 국물과 함께 잘 퍼지지 않는 면발이다. 특히 달걀과 잘 어울린다는 것도 장점이다.

2010년대 들어서 ‘갓뚜기’(갓+오뚜기)로 불리며 오뚜기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것도 호재였다. 오뚜기는 팬덤이 강한 식품 브랜드로 유명하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딸인 뮤지컬 배우 함연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악플이 거의 없다. 최근엔 함 회장이 채널에 직접 출연해 라면 먹방을 선보이면서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함 회장 출연 동영상은 200만회 이상 조회되면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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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딸인 뮤지컬 배우 함연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오뚜기 제품 먹방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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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진라면의 맛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순한맛과 매운맛 중 택할 수 있다는 기본 컨셉을 유지하면서 치열한 라면시장에서 살아남았다. 가성비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오뚜기는 진라면 가격을 2008년부터 12년째 동결하고 있다.

진라면은 이젠 ‘절대 강자’인 신라면의 점유율도 넘본다. 2009년 봉지면 기준으로 농심의 신라면의 점유율은 25.6%, 오뚜기의 진라면은 5.3%의 격차가 상당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 격차는 좁혀졌다. 2019년 12월엔 신라면이 15.5%, 진라면이 14.6%로 좁혀져 거의 따라잡았다는 말도 나왔다. (다만 2위 진라면과 3위 짜파게티의 점유율 격차도 거의 없다). 한국 라면 소비자는 ‘신라면파’와 ‘진라면파’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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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진라면 광고. 류현진 선수와 스승인 김인식 김독이 '사제 간 먹방'을 선보였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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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라면'송 2013년 히트



진라면이 라면 순위 2위에 오르기까진 스포츠 마케팅도 한몫했다. 진라면은 2013년 미국 메이저리그 스타 류현진 선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류 선수의 이름을 활용한 “류현진~ 라면”이라는 징글송은 중독성이 있어 화제를 모았다. 이때부터 진라면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2014년 롯데마트가 전국 점포의 라면 매출을 집계한 결과, 진라면 매운맛과 순한맛 제품이 전년 대비 각각 36.6%, 24.7% 증가하면서 ‘류현진 효과’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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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진라면은 포장을 새롭게 바꿨다. 매운맛과 순한맛이 확실히 구분되도록 색상을 달리 하고 라면 이미지를 크게 배치했다. 사진 오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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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까지 진라면은 누적 판매량이 60억개에 달한다. 32년간 국민 1인당 120개씩 소비했다는 계산이다. 최근에는 진라면의 포장 디자인을 리뉴얼해 새 옷을 입었다. 라면 한 그릇이 주는 ‘맛의 즐거움’을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전달했다고 한다. 오뚜기는 리뉴얼을 기념해 인증샷 이벤트 등 다양한 온ㆍ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앞으로도 진라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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