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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폭우로 최전방 철책 7km 유실됐다는데…軍 경계태세 이상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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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지역 철책, 울타리 등 100여곳 피해 발생

최근 연이은 집중 호우로 최전방 지역 철책이 7㎞가량 넘어지거나 유실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우리 군은 최전방 지역에 3중 철책 경계망을 구축해놨기 때문에 경계 태세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규모 철책 유실에 전방 지역의 긴장감은 높아가고 있다.

조선일보

군 당국은 그동안 전방 철책에 과학화경계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철통방어"라는 입장이었지만, 탈북민 김모씨가 철책 아래 배수구를 통해 월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스템 부실'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위쪽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강화군 교동도 일대에 설치된 해안 철책을 우리 해병대가 점검하고 있는 모습. 아래쪽 사진은 탈북민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곳으로 추정되는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다. /고운호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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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전방 지역 집중 호우로 철책, 울타리 100여곳을 포함해 도로와 법사면, 옹벽 등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철책이 7㎞가량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이 구축된 철책이 상당량 훼손된 것이다. 철책엔 무언가 철책을 건드리면 그 움직임을 포착하는 센서, 각종 감시 카메라, 그리고 열상감시장비(TOD)까지 설치돼 있다.

우리 군은 과학화경계시스템이 구축된 최전방 3중 철책에 대해 북한군 뿐 아니라 “북한 멧돼지도 뚫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GOP 경계철책은 완벽하다”며 북한 야생 멧돼지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을 퍼트렸다는 설을 일축했었다. 그만큼 최전방 철책의 굳건함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군 수뇌부의 호언장담에도 최전방 지역의 경계가 계속 뚫리고 있다는 점이다. 수해로 인한 이번 철책 유실 직전인 지난달 말엔 ‘탈북민 월북(越北) 사건’이 발생했다. 군은 과학화경계시스템 구축으로 경계 병력 감축을 대비할 수 있다고 했지만 탈북민은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월북했다. 정경두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이번 월북 사건에 대해 “입이 열두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수차례 사과를 반복했다.

군은 이번 철책 유실 등에 대해 “안전을 확보한 가운데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철책의 경우 경계초소 추가 운영과 감시 장비 조정 등을 통해 경계 작전에 이상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군 당국자는 “3중 철책이 완전히 다 유실된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안다”며 “철책이 유실된 지역도 윤형 철조망 등을 긴급 설치해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 군 관계자는 “아무리 견고한 전방 철책이라도 폭우 등 자연재해나 우연적 요소 등으로 뚫릴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군 수뇌부가 평소에는 전방 철책 등 경계태세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강조하다 일이 터지면 얼렁뚱땅 사과 만하고 넘어간다는 것”이라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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