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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4㎞ 도로변 곡성 섬진강 마을, 성인 키 높이로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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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범람 피해 속출

댐물방류, 제방 무너져

곡성 구례 광양 등 침수

조선일보

섬진강이 범람해 전남 곡성군 고달면 일대 농경지가 물에 잠겨 바다로 변했다. 사진은 고달면 고달리1구 앞으로 물바다에 소가 죽어 있는 모습.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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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진입을 통제합니다. 우회하십시오.”

8일 오후 4시쯤 전남 곡성군 곡성읍 곡성역 주변 교차로에서 고달면으로 가는 방향의 왕복 2차로는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전면 금지돼 있었다.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물 폭탄’이 쏟아지자 부분 통제에 나섰다가 섬진강이 범람해 고달면 마을들이 대규모 침수 피해를 입자 4시간 전쯤 전면 통제로 전환했다.

현장 통제 경찰은 “도로 가장자리가 얕아 보여도 수심이 꽤 깊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통행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어른 무릎 정도로 보이는 깊이가 몇 m만 이동해도 목 높이까지 차오를 만큼 수심이 깊다”며 “3~4시간 전보다 훨씬 수위가 높아졌다. 물이 빠질 때까지 진입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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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전남 곡성군 곡성역과 곡성 고달면을 연결하는 도로와 주변 농경지가 섬진강이 범람해 물에 잠겨 있다./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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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역에서 대평리와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고달교를 거쳐 목동리까지 길이 4㎞에 달하는 도로와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겼다. 섬진강 주변에 있는 마을이 주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이날 오후 섬진강 상류 지역인 전북 남원시 금지면 금곡교 주변 제방 일부가 붕괴하면서 하류 쪽 곡성 마을의 침수 피해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는 섬진강댐(전북 임실군 강진면) 물이 초당 1700t씩 방류돼, 하류의 수위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그 시각 이전에는 초당 1000t씩 방류했다.

앞서 제방 붕괴 전 남부 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이날 오전 섬진강이 범람했다. 지난 7일부터 400㎜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섬진강 물이 제방을 넘어 민가로 흘러든 것이다. 곡성군 고달면 일대로 강물이 넘어와 농경지와 주택 마당 등이 침수됐다. 이에 따라 곡성읍 동산리·신리·대평리, 입면, 오곡면 오지리 등 곡성 주민 1144명이 곡성중앙초등학교 등 인근 초등학교로 대피했다.

섬진강 지류인 옥과천도 범람, 곡성군 옥과면과 입면 등지도 역시 농경지와 축사, 비닐하우스 등이 잠겼다. 곡성은 섬진강이 관통하는 분지(盆地)이다. 이 섬진강의 물이 둑을 넘어 농경지, 마을을 덮쳤다. 이들 농경지에서는 멜론, 옥수수, 고추, 오이 등을 재배하고 있다. 소 등 가축을 사육하는 축사도 많다. 곡성군 옥과면 등지에서는 이날 오전 소들이 강물에 떠내려가기도 했다.

곡성은 물론이고 섬진강 주변의 구례·광양·순천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전남도는 “오후 1시를 기준으로 도민 1878명이 임시 대피하고 이재민 19명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섬진강 유역에서 벗어난 곡성군 오산면에는 산사태로 토사가 유입돼 주민 55명이 오산초등학교로 대피하기도 했다.

곡성과 가까운 구례에서도 이틀 새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와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구례읍, 간전면, 토지면, 마산면 주민 279명이 복지시설이나 학교로 대피했다. 구례읍 시가지도로는 물론 가게, 주택 등에도 물이 찼다. 특히 마산면은 들판이 물에 잠겼다. 구례지리산화엄사를 알리는 현판이 걸린 도로 위 구조물(두 개의 기둥에 기와를 얹은 형태)은 3분의 2까지 물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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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구레읍이 침수되자 119구조대가 주민들을 보트에 태우고 구조에 나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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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구례군 구례읍 한 요양병원 1층이 침수돼 환자와 의료진 등 300여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소방대원들과 군청 관계자들은 1층에 물이 가득 차 있어 환자들이 고층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했다.

구례에 내린 폭우로 침수된 축사를 탈출한 소 10여 마리가 500m가 넘는 고지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날 오전 구례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고 토지면 송정리가 범람해 곳곳이 물에 잠겨 소떼가 해발 531m 사성암까지 피난을 간 것이다. 사성암 관계자는 “아랫마을에서 물을 피해 올라온 것 같다”며 “산에 오르려면 도보로 1시간은 족히 걸린다. 소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신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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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가 일부 물에 잠기자 소떼가 물살을 헤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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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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