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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동화 같은 호수마을 할슈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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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의 할슈타트 마을. 소금광산으로 유명한 이 마을 풍경은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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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사진기행-9] 오스트리아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잘츠카머구트의 작은 호수마을 할슈타트다. 비엔나에서 서쪽으로 약 300㎞ 달려 다다른 할슈타트 호수의 풍경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었다. 잔잔한 호수 위로는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하얀 백조들과 한적한 나룻배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고 그 주변을 알프스 산자락의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둘러싸고 있었다. 산등성이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은 호수에 비친 마을 모습을 더욱 눈부시게 만들었다.

할슈타트 호수는 과거 알프스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졌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배경이 된 잘츠카머구트는 이렇게 형성된 크고 작은 호수 70여 개를 품고 있다. 볼프강 호수, 장크트 볼프강 등이 대표적인 명소로 꼽히는데 그중에서도 할슈타트 호수는 특유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잘츠카머구트의 진주'로 불린다. 또 마을 주변 호숫가에서 흔히 백조를 볼 수 있어 할슈타트 호수는 '백조의 호수'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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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 호숫가에서 사람들이 배를 타고 막 떠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조다.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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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는 선사시대부터 인간 활동이 시작된 곳으로,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특히 인류 최초의 소금광산으로 유명하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할슈타트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소금을 캐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소금광산은 관광산업이 떠오른 20세기 중반까지 이 지역이 번영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실제로 마을 곳곳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천연 소금을 판매하는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소금광산은 투어도 가능하다.

할슈타트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유물들은 기원전 1200년경부터 500년경까지 이어진다. 소와 송아지 조각상이 장식된 청동 그릇과 소금광산에서 소금을 운반하는 데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죽 지게, 실을 꼬아 만든 직물 조각 등이다. 고고학적으로 유럽의 초기 철기 시대, 초기 켈트족과 연관된 '할슈타트 문화'로 분류되고 있다. 1595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은 할슈타트에서 에벤제까지 40㎞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소금물을 운반했다. 420여 년 전 지어진 이 파이프라인에는 나무가 무려 1만3000그루나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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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 소금(왼쪽). 가게 앞에 천연 소금 제품이 진열돼 있다(오른쪽).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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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 마을의 목조 주택들은 대부분 16세기에 지어졌다. 독특한 것은 주택들이 호숫가의 가파르게 경사 진 산을 깎아 계단식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아찔해 보이면서도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할슈타트만의 진풍경을 이룬다. 이런 집들 사이사이를 잇는 좁은 골목길은 할슈타트 마을의 또 다른 매력이다. 19세기까지 할슈타트는 배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었다. 지금은 자동차나 기차 등을 통해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여전히 배는 할슈타트의 주요 이동수단 중 하나로 관광객을 태우고 있다.

다만 과거 한적했던 할슈타트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면서 최근 소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호수마을인 아렌델을 구상하는 데 영감을 준 마을로 알려지면서 아시아 관광객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주민은 780명에 불과한데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하루 관광객이 1만명에 육박했을 정도다. 이는 2011년(100명)에 비해 10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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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가파른 산을 깎아 지은 할슈타트 주택들.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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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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