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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검찰판 '놈놈놈'…한동훈은 왜 '나쁜놈(?)'이 됐나[서초동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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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머니투데이

[과천=뉴시스]박주성 기자 =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과 노정연 대검 공판송무부장, 박찬호 대검 공안부장,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비롯한 전보된 검사들이 10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직 변경 관련 신고를 마치고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현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01.10. park769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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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애 변호사(법무법인 해미르)는 지난 3월31일 MBC의 '검언유착' 의혹 첫 보도가 나갈 시점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권 변호사의 기억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한동훈을 쫓아내야 한다"며 '검언유착' 공작의 서막을 알리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한동훈은 진짜 '나쁜 놈'"이기 때문에.

한 위원장은 권 변호사의 주장을 상당 부분 부정하면서도 한동훈 검사장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는 건 시인했다. 검찰의 '조국 수사'가 언급되자 한 검사장의 수사 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자신이 대리인을 맡은 사건에서 한 검사장에게 '당했던' 경험을 얘기했다는 거다. 표현은 그렇지 않았다고 하지만 한 검사장이 '나쁜 놈'이란 것을 부정하진 않았다.

한 검사장이 '나쁜 놈'이 된 사건은 2017년 8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에 임명된 후 '1호 사건'으로 착수했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뇌물수수 건이었다. (기사보기 ☞ 한상혁이 변호하고 "한동훈이 강압적 수사"했다던 사건은?) 한 위원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변호사로 지난해 9월까지 법무법인 정세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는데 전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 출신인 윤모씨의 대리인을 맡아 소환 조사에 몇차례 입회했다고 한다.

나중에 법원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의 중형을 선고할 정도였으니 검찰이 무고한 사람을 잡아다가 억지로 죄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한 위원장이 자신의 의뢰인을 수사한 한 검사장을 '나쁜 놈'이라고 판단한 이면에는 '강압적인 수사'로 처벌을 받게 된 '좋은 놈'이 있다.

당시 검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그 주변부에 대해 처음으로 강제수사에 나서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청와대로선 정권 핵심 인사의 부패사건이란 불명예를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었지만 국민들에겐 '문재인검찰'의 '적폐수사' 칼날이 상대편 뿐 만이 아닌 자신들에게도 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사건이었다.

이보다 좀더 미래가 될 일이긴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때 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말라"고 했던 당부를 충실히 실행한 사건이기도 했다. '조국 수사' 이후 재조명된 바로 그 말이다.

한 위원장이 '조국 수사'에 자신이 대리한 윤씨를 떠올린 것도 한 검사장이 '좋은 놈'을 괴롭힌 '나쁜 놈'이란 의미였을 것이다. 전 전 수석 사건 당시에는 차마 입밖으로 뱉지 못했지만 '조국 수사' 이후 한 검사장은 청와대와 여권으로부터 공공연하게 '나쁜 놈'으로 불리게 됐다.

이전까지 한 검사장을 '나쁜 놈'이라고 부른 이들은 야권 인사들이었다. 윤 총장과 더불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잡아넣고 정권을 뺏기게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좋은 놈'은 자기편이다. 자기편에게 칼을 들이대는 건 용서할 수 없는 '나쁜 짓'이란 건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2008년 개봉한 한국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 제목처럼 '이상한 놈'이 등장해 '좋은 놈'과 한편인 듯 아닌 듯, '나쁜 놈'을 괴롭힐 만도 하다.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는 '이 구역의 무법자' 같은 인물이 검찰판 '놈놈놈'의 스토리를 완성시킨다. '이상한 놈'은 누가 진짜 '좋은 놈'인지, 진짜 '나쁜 놈'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게 하는 데 그 존재감을 뽐낸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모티브를 삼은 이탈리아식 서부영화(마카로니 웨스턴) '석양의 무법자'의 원제가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인 것처럼 결코 아름답지는 않은 존재감이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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