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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40년간 일궜는데…만호해역 쫓겨나면 해남 어민들 굶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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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와 수십년째 김 양식장 분쟁 중…"원인제공 전남도가 해결하라" 부글부글

연합뉴스

만호해역 사수 해상시위
[해남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해남=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40년 전 죽을 고비를 몇 번씩 넘기면서 개척한 어장입니다."

"평생을 바쳐온 삶의 터전인데 이제 와서 나가라고 하면 굶어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전남 해남 어란마을에서 물김 양식을 하는 박성진(71) 어촌계장은 목소리가 또다시 높아졌다.

30일 정도면 올해 김 채묘를 시작해야 하는데도 박 계장은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 40년간 김 농사를 지어온 만호 해역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마로해역이라고도 불리는 만호해역은 해남과 진도 사이의 바다로 1982년 해남 어민들이 최초로 개발해 대대로 김 양식 터전으로 삼아왔다.

이후 진도군 어민들도 김 양식에 하나둘 뛰어들면서 관할 해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 분쟁이 시작됐다.

90년대 초반 집단 무력충돌까지 빚어지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몰렸으나 결국 어업권자는 진도군수협으로 하되 상단부는 진도가, 하단부는 해남이 사용하기로 합의하고 2000년 정식 면허가 내려졌다.

그러나 분쟁은 어업권 1차 유효기간인 2010년이 되자 다시 한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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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농사 풍어제 지내는 어민들
[해남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진도군은 해남이 사용하고 있는 1천370ha의 어장반환을 요구했다.

법정 다툼 결과 관계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20년간(2020년 6월 7일까지) 해남이 사용하고, 대신 진도는 전남도로부터 '마로해역 김 양식 어업권 분쟁 종식'을 조건으로 2011년 1천370ha에 상응하는 대체 어업권을 신규로 부여받고 당시 분쟁은 끝났다.

최근 해당 어업권 유효기간 20년은 만료됐고, 어장이용개발계획에 따라 기존과 동일하게 어업권자는 진도군수협으로 1천370ha의 어업권이 재개발돼 앞으로 20년간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해남군 어민들은 과거 합의·2010년 분쟁 종식을 위한 신규 어업권 부여 등 마로해역 하단부에 재개발된 1천370ha의 어업권은 해남이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으로 수차례 행사계약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진도 측은 시설물 철거요청 회신뿐 묵묵부답인 상태이다.

또다시 법정으로 넘어간 다툼은 지난 6월 24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2차 변론을 마친 상황으로 합의점 도출이 현재는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

해남 어민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데는 이미 10년 전에 끝났다고 여겨졌던 어업권 분쟁이 또다시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성진 어촌계장은 9일 "10년 전에 해남 어장의 면적만큼 신규 면허지까지 받았으면서 이제 와서 어업권을 이유로 해남 어민들의 마지막 터전까지 빼앗겠다는 심보가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바다 경계도 없던 시절에 죽을힘을 다해 만들어 놓은 어장을 야금야금 뺏기더니 이젠 마지막 남은 한 뙈기마저 내놓으라고 하니 허탈할 뿐이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이 과정에서 어업권을 허가해 주는 전남도의 역할에 아쉬움을 넘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업권 만료를 앞두고 이미 지난해부터 분쟁의 조짐이 보였던 만큼 올 2월 어업권 연장 당시 해결 노력이 있었어야 한다는 것.

어민들은 "1994년 최초 합의는 물론이고 10년 전에 대체 어장 면허를 준 것이 일시적인 조치인 것을 알았다면 당시 절대 합의해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년 전에 전남도에서 스스로 만들었던 분쟁 종식 합의는 어디 가고 이제 와서 양군이 알아서 해결하라며 나 몰라라 하는 태도에 더욱 화가 난다고 어민들은 울분을 토했다.

진도에서 신규 면허지를 포함해 김 양식 면적을 계속해서 늘리는 동안 해남 어민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왔다.

실제 해남 637명 어민의 양식면적은 총 8천240ha, 개인 평균 약 13ha이지만, 진도는 203명이 1만5천649ha에 이르고 있다.

관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인별 행사량 60ha를 이미 초과해 평균 77ha를 사용, 소득 면에서도 5배 이상이 차이가 난다고 어민들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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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 앞으로 나온 어민들
[연합뉴스 자료]



마로해역에서 김 양식업에 종사하는 해남어민은 174가구이다.

김 양식업이 없다면 당장 수협 융자금 반환부터 어려워 파산 위기에 몰릴 소규모 어가가 대부분이다.

해남 어민들은 이러한 사정을 알리고자 지난달 31일에는 어선 150여척을 동원해 마로해역에서 해상시위를 벌였다.

3일에는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남도청에서 항의 시위를 갖기도 했다.

김 계장은 "다른 해 같으면 벌써 올해 김 농사 준비로 바쁠 시기인데 요새는 삼삼오오 모여 신세 한탄하는 게 일이다"며 "젊은 층에서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번에야말로 똑같은 문제로 지역 간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반드시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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