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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엔지켐생명, 제2의 씨젠되나…글로벌제약사 LO입질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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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코로나19 치료제 FDA 임상승인. 임상 중 글로벌 라이센스 아웃 타진]

주가는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지만 기업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현상이 발생했을 때 특히 변동성이 커진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할 때 파도가 크게 일어나는 것처럼 기업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이 맞부딪치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다.

교차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투자의 성패가 엇갈리는데 긴 흐름에서 조류의 큰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모레퍼시픽은 물론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씨젠 같은 기업도 긍정과 비관의 끝없는 논쟁을 거친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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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최근 주목할 기업은 엔지켐생명과학이다. 회사는 지난 주말 신약물질 EC-18이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로 임상2상 시험을 정식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EC-18 베팅 준비하는 글로벌 제약사들. 임상완료 전 LO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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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켐생명과학이 승인받은 한국 식약처 2상과 미국 FDA 2상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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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가 정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2상 이상의 임상시험을 허가해 준 것은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클로로퀸 등 탈락 치료제 제외) 외에는 엔지켐생명과학이 유일하다. FDA 임상에 들어간 것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다.

임상시험 계획서가 제출(7월10일)된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아 승인이 났는데, FDA에서는 코로나19의 위중성을 염두에 두고 임상을 서둘러 달라는 메시지가 왔다는 후문이다.

그간 미국과 유럽 등 숱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로 FDA의 문을 두드렸으나 문턱도 넘지 못한 곳들이 허다하다. 임상 1상을 허가받은 것들은 있으나 유효성과 안전성부터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처방하기가 불가능하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엔지켐생명과학의 EC-18 임상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렘데시비르도 부작용 문제가 있어 대체재나 보완재를 찾아야 하는데, 렘데시비르를 제외하고 FDA 임상에서 진도가 가장 빠른 것이 EC-18이라는 것이다.

이미 몇몇 제약사는 엔지켐생명과학을 이미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임상이 마무리되기 전에라도 효과가 어느 정도 검증되면 코로나19 치료제 공동개발, 혹은 LO(라이센스 아웃)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임상결과가 나온 후에는 이미 몸값이 치솟아 제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식약처를 비롯한 한국정부도 EC-18의 임상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개발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시행될 경우 실제 FDA 임상에 들어간 EC-18이 '1순위'로 거론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 "EC-18의 FDA 임상은 엔지켐생명과학이 글로벌 신약기업으로 변모하는 도약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렘데시비르 다음으로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병용투여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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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대표는 "미국 FDA 담당 심사관과 2월 이후 EC-18에 대한 코로나 19 치료제 개발 적합성과 개발 계획을 끊임없이 논의해 왔다"며 "FDA가 요구하는 모든 자료가 완벽하게 준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존에도 오랫동안 글로벌 임상 실험을 진행한 노하우가 있어 IND(임상계획) 신청 및 승인이 최단기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것은 FDA가 사전자료를 통해 어떤 판단을 내렸느냐는 점이다. 이번 임상은 환자 60명 규모로 승인됐는데 FDA는 이 정도 환자로도 충분히 코로나 19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FDA와 보건당국이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EC-18의 긴급사용 승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임상환자는 28일간 EC-18을 처방받기 때문에 중간결과를 보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약효만 확인되면 임상이 끝나기 전에라도 긴급사용 사전작업이 논의될 수 있다. 렘데시비르도 올해 2월말 임상 3상에 착수한지 2개월 만에 긴급사용이 승인됐다.

엔지켐생명과학 역시 긴급사용 승인이 예정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실무측면의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FDA 못 믿는다?…황당루머에 매물 쏟아지며 주가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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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켐생명과학 제천공장 전경/사진제공=엔지켐생명과학



지난 7일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는 장중 17% 상승하다가 종가로는 8% 가량 하락해 끝났다. 주가가 역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이번 임상과 관련해 잘못된 루머가 돌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식약처 임상승인도 받지 못한 기업들이 허다한 상황에서 FDA 승인은 정말 대단한 성과"라며 "그러나 이번 FDA 임상승인을 폄하 하는 악성루머가 7일 오전 유포됐고 이를 믿은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 전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련 내용은 검증이나 분석은 물론 기초상식에도 배치되는 것들이었는데 주가가 빠지니 투자자들의 불안감에 잘못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됐다"며 "일례로 이번 임상은 가능성이 없고 한국 식약처도 미국 FDA 임상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까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엔지켐생명과학측은 "주가급락과 관련한 내용은 접했으나, 누가 어떤 이유로 루머를 퍼트렸는지는 세부적으로 확인하는 중"이라며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한 만큼 오해해소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IR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준환 기자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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