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0 (토)

“아버님이 누구니?”… 은퇴 후 씨수말로 제2 전성기 누리는 말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지난 2일 코리안더비에서 우승한 페로비치 기수와 세이브더월드. 세이브더월드의 부마는 씨수말로 활약하며 많은 자마를 남긴 메니피다. 마사회 제공


경마는 혈통이 매우 중요한 스포츠다.

부모말의 능력이 자식 말에 대물림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능력이 검증된 씨수말과 씨암말을 자연 교배해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한다. 따라서 대상경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씨수말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2006년 미국에서 도입돼 최고의 인기를 누린 씨수말 ‘메니피’의 당시 도입 가격은 40억원이었다.

씨수말들은 경주마로 활동하던 때의 성적이 아닌 자마들의 성적에 의해 몸값이 달라진다. 자마들의 수득상금에 따라 교배료도 달라지는 것이다.

세계 최고가 씨수말들의 몸값은 천억 원을 훌쩍 넘고, 회당 교배료도 1억원을 가볍게 넘긴다. 영국의 대표적인 씨수마 ‘프랭클(Frankel)’은 회당 교배료가 17만5000파운드(약 2억 7000만원)에 달한다. 현재 활동 중인 씨수말 중 가장 높은 교배료를 기록한 것은 아일랜드의 ‘갈릴레오(Galileo)’로, 회당 60만 유로(약 8억5000만원)였다.

세계일보

지난 2006년 미국에서 도입돼 특급 씨수마로 활약하다 지난해 폐사한 메니피. 마사회 제공


◆2020년 리딩사이어의 영광은 누구?

리딩사이어는 그 해 최고의 씨수말을 가리킨다. 씨수말의 자마들이 벌어들인 상금으로 평가한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리딩사이어는 ‘한센’이다. ‘한센’의 부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씨수말 중 하나였던 ‘타핏(Tapit)’이다. 한센의 총 수득상금은 19억9900만원이다. 최근에는 7월 제1회 루나스테이크스 대상경주에서 우승한 ‘화이트퀸’이 부마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한센의 뒤를 바짝 쫓는 씨수말은 ‘메니피’다. ‘메니피’는 지난해 죽었지만 많은 자마를 남겼다. 지금까지 총 수득상금은 19억6400만원. 특히 지난 2일 열렸던 코리안더비에서 자마 ‘세이브더월드’가 우승하면서 한센과의 격차를 더욱 좁혔다.

눈여겨 볼 씨수말은 ‘엑톤파크’다. 2009년에 민간목장에 도입된 이후 자마인 ‘미스터파크’가 한국경마 최다연승기록인 17연승을 기록하며 ‘엑톤파크’의 명성 역시 높아졌다. 최근에도 ‘가온챔프’, ‘트리플나인’, ‘엑톤블레이드’처럼 쟁쟁한 자마들의 선전에 힘입어 이름값을 더해가고 있다.

세계일보

씨수말 유망주인 미스터크로우가 2017년 뉴욕 경마장에서 활약하는 모습. 마사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씨수말 유망주는?

올해는 장수목장에서 씨수말로 데뷔한 ‘미스터크로우’가 큰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미스터크로우’는 케이닉스 프로그램으로 선발되어 미국경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후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 씨수말로 데뷔했다. 케이닉스는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성장잠재력을 지닌 경주마를 발굴하는 한국마사회의 고유 기술이다.

‘미스터크로우’의 조부는 한센의 부마와 동일한 ‘타핏’이다. 검증된 능력과 유전자를 바탕으로 씨수말 데뷔 첫 해부터 월등한 교배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스터크로우’의 교배두수는 68두다. 같은 케이닉스 프로그램으로 선발된 ‘제이에스초이스’(1두), ‘빅스’(6두)에 비해 압도이다. ‘미스터크로우’의 경주성적, 유전적인 능력에 대한 생산농가들의 관심과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의 홍보, 무료 컨설팅이 합쳐진 결과다. ‘미스터크로우’ 자마들이 성적을 내는 시기는 1∼2년 후다.

◆국산 퇴역 경주마들의 씨수말 활약

2014년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연달아 제패한 경주마 ‘경부대로’는 이제 씨수말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씨수말로 데뷔 이래 국산 경주마 출신 씨수말로는 이례적으로 매년 50두 이상 꾸준히 교배를 진행하고 있다.

2012년 코리안더비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에서 우승한 ‘지금이순간’은 2014년 씨수말 데뷔했다. ‘경부대로’보다 교배 두수는 적지만 자마 ‘심장의고동’이 지난해와 올해 대상경주에 우승하는 활약을 보이며 씨수말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세계일보

씨수말 데뷔 2년차인 파워블레이드의 경주마 당시 모습. 마사회 제공


한국경마 역사상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 ‘파워블레이드’도 촉망받는 씨수말이다. 총 수득상금 31억원으로 씨수말 경주성적으로 보았을 때 단연 압도적이다. 2016년, 2017년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모두 휩쓸었다. 부마는 ‘메니피’다. 작년에 씨수말로 데뷔했으며, 올해 교배두수는 70두다.

한국경마의 꾸준한 발전에 따라 국산마 수준 역시 지속적인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올해 실내언덕주로 개장 등 국산마 육성 인프라가 향상됨에 따라 향후 국산마 능력과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에 따라 국산 경주마 출신 씨수말들의 활약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