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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특파원 24시] 인강에 지친 日 대학생들 "캠퍼스 생활 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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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 가을 학기에도 온라인강의 결정에
"친구도 없이 종일 PC수업은 이제 한계" 호소
韓ㆍ中 등 유학생들은 귀국 선택하는 경우도
한국일보

6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게이오대 미타캠퍼스 정문이 닫혀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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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주요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음 학기에도 온라인강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신입생이 부지기수이고, 지방 출신이나 외국인 유학생은 고향이나 본국으로 돌아가 온라인강의를 듣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트위터에선 '대학생의 일상도 중요하다'는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확산되고 있다. '후기(가을학기)도 온라인으로 결정됐다. 벌써부터 지친다' '온라인 수업은 대면과 질이 다른데도 학비는 똑같다' '여행(고투 트래블)은 괜찮다면서 대학 캠퍼스에 가면 안 된다는 이유를 모르겠다' 등의 원성이 주된 내용이다. 정부는 대학들에 온라인수업과 대면수업의 병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대다수 대학은 여전히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보다 감염 확산 방지가 우선이라며 대면수업에 소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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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내 미술대학의 한 1년생이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친구의 얼굴도 모른 채 종일 컴퓨터 앞에서 온라인강의를 들어야 하는 처지를 그린 만화를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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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도쿄도내 미술대학 1학년인 한 여학생은 "대학생은 언제까지 참으면 좋을까요"라는 글과 함께 종일 컴퓨터 앞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그린 만화를 트위터에 올려 공감을 얻고 있다. 그는 "한 사람이라도 많은 이에게 대학생의 현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올린 만화는 8일까지 30만건의 '좋아요'를 받았고 11만9,000회 리트윗됐다.

아사히신문은 5일 게이오대 1학년 여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입학 후 한 번도 캠퍼스에 가보질 못했고 집에서 녹화된 강의 영상을 보고 쪽지시험과 과제를 준비하느라 하루 10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지방 출신 신입생들은 새로운 친구나 선배를 사귀지 못해 고립감을 호소하고 있다. 합격 직후 도쿄에 방을 구했으나 감염 확산으로 고향에 머물면서 온라인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임대료도 큰 부담이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지 못해 휴학을 선택하는 신입생들도 많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도 같은 처지다.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4학년인 신율곡씨는 "졸업까지 한 학기가 남아 있지만 가을학기도 온라인 강의로 진행한다니 한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마칠 예정"이라며 "방학을 맞아 아예 귀국하기 위해 방을 빼는 유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월세 8만~9만엔(약 90만~100만원) 등을 포함해 생활비 부담이 적지 않고, 최근 일본 내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귀국을 권유하는 부모들도 있다.

현지 취업을 준비했으나 경기 악화로 현지 채용인원이 줄어들면서 귀국을 고민하는 유학생들도 적지 않다. 현재 일본에선 감염 유입 방지를 위해 유학생이 귀국할 경우 재입국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지 생활비와 감염 우려를 고려할 때 내년 초까지 한국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상황이 수습되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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