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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트럼프, 의회 합의불발 속 ‘실업수당 연장·급여세 유예’ 등 행정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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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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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에 대응하기 위해 실업수당의 추가 연장, 급여세 유예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조치에 서명했다. 7월 말로 기존 실업수당 지급 시한이 만료됐으나 여야 간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이 결렬되자 독자적인 조치에 나선 것. 그러나 의회 승인을 받지 않는 우회로를 강행한 것을 놓고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법정공방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개인 골프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내용의 구제방안이 담긴 행정명령 및 각서를 발표했다. 그가 이날 서명한 4개 행정조치에는 △실업수당 지급 연장 △급여세 유예 △학자금 융자 상환 유예 △세입자 강제퇴거 중단 등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의 동의 없이도 행정명령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 성격의 재난구제기금(disaster relief fund)을 활용해 실업수당 등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실업수당은 기존 주당 600달러에서 400달러로 하향 조정되며, 각 주(州)정부가 비용의 25%를 지불하게 된다. 급여세 유에는 연 소득 약 10만 달러 미만의 미국인을 상대로 올해 연말까지 재무부가 시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나는 급여세 감면을 연장하고 이에 대한 영구적 감면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는 수백 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경제적 구제책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 모든 것을 가로막고 있어서 내가 행정명령을 발동해 미국의 일자리와 구제방안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대통령이 럭셔리 골프코스에서 미국 가정에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 빈약하고 편협한 정책을 발표한 것에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설익은 정책”이라며 “이것은 협상의 기술도, 대통령의 리더십도 아니며 진정한 해법은 더욱 아니다”며 “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흥정”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번 행정명령의 적법성을 가리기 위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헌법상 연방지출에 대한 권한은 의회가 갖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3조4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요구했으나 1조 달러를 제시한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주당이 주 정부 지원을 위해 책정한 1조 달러 예산이 민주당 강세 지역에 투입될 것이라며 반대했고, 실업수당을 주600달러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에 대해서도 “일터 복귀와 경제활동 재개 의욕을 꺾을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은 1조 달러를 줄인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2주 간의 협상은 끝낸 7일 결렬됐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다독일 경제지원 정책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이 방식을 통한 실업수당 지급 절차가 진행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 정부들이 이미 재정적자에 허덕이며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대로 실업수당의 25%를 주 주정부가 부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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