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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겉은 “코로나 대응 배우러”, 속은 ‘하나의 中’ 원칙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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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건장관, 오늘부터 3일간 대만 방문… 총통도 만나

1979년 단교 이후 최고위급… 中, “선 넘지 말라” 경고

세계일보

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부 장관. 뉴시스


1979년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여 대만과 단교한 뒤 41년 만에 미국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대만을 방문한다.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가장 성공적으로 대처해 온 대만의 방역정책을 참고하기 위해서라는 게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실은 대만과의 관계를 한 차원 격상시킴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리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미국 보건부 알렉스 에이자 장관이 이날부터 사흘 일정으로 대만을 공식 방문한다.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이래 미국 행정부의 각료급 인사가 대만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중국 정부가 발끈하고 나선 가운데 미 보건부 측은 이번 방문의 의미를 코로나19 관련 협력으로 ‘한정’했다. 보건부 관계자는 언론에 “장관의 이번 대만 방문은 코로나19 대응에서 대만의 성공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협과 맞서 싸우는 데 있어 개방적·민주적인 사회가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두 나라가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개방적·민주적 국가(nation)’ 대신 ‘사회(society)’라는 표현을 쓴 것은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건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중국은 개방적·민주적 사회가 못 된다’는 점도 명확히 한 셈이다.

대만은 코로나19 확진자가 500명에 못 미치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7명뿐이다. ‘전세계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의 코로나19 대처에 “우리만 못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 온 미국 행정부가 대만만큼은 인정하고 나선 모양새다.

세계일보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 연합뉴스


이처럼 코로나19 대응을 앞세우긴 했지만 에이자 보건장관은 대만에 머무는 3일 동안 보건·방역 분야 협력만 의논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차이잉원 총통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고 조셉 우 외무장관과 회담하는 스케줄도 잡혔다. 에이자 장관이 대만 총통, 외무장관을 차례로 만난다는 것 자체가 대만을 일종의 국가로 인정한다는, 즉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격앙된 모습이다. 관영매체들을 앞세워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을 “도발”로 규정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국이 선을 넘으면 군사 충돌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대만해협을 건너 대만을 침고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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