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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건강해지려 등산왔는데, 악취에 머리아파" 15년째 발암물질 내뿜는 신불산 나무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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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마다 일부 구간서 유해기름
울주군 "매년 등산로 정비사업…
문제있는 폐침목 교체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울산 울주군 신불산 등산로에 설치된 나무계단에서 기름이 스며나온 흔적(빨간 점선)이 뚜렷하다. 이 나무계단은 약 15년 전 울주군이 철도 침목을 가져와 설치한 것으로, 침목이 ??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름을 먹이는 데 '크레오소트'로 불리는 이 기름은 1급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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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최수상 기자】 "간월재 등산로 나무계단에서 시커먼 기름이 송골송골 올라와요."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울산 영남알프스 신불산에서 1급 발암물질을 함유한 유해성 기름이 15년 넘게 등산로를 오염시키고 있어 해당 구간을 이용하는 등산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9일 울산지역 산악단체 등에 따르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간월재~신불산 정상까지 약 1km 구간에 설치된 300여 개의 나무계단 일부에서 역겨운 냄새와 함께 시커먼 기름이 배어나와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밟으면 미끄러지는 위험도 있지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을 향해 오르는 등산객들은 고약한 기름냄새 때문에 매스꺼움을 느끼고 심한 경우 구역질과 두통까지 겪고 있다.

등산객 이모(43)씨는 "겨울에는 기름이라는 것을 알 정도로만 흔적이 보이다가 장마철 전후로 여름이 본격화 되면 기름이 나무계단 위쪽과 옆으로 빠져 나오는 것을 육안으로 쉽게 볼 수 있고 냄새도 더욱 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구역질과 두통의 원인은 나무계단에서 배어나오는 '크레오소트'로 불리는 기름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콜타르를 증류해 얻는 이 기름은 철도 침목 등 목재의 방부제나 연료 등으로 쓰였는데, 벤조피렌 등 맹독성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의 나무계단도 지난 2005년 억새보호와 등산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울주군이 철도 침목을 가져다 설치한 것들이다. 설치 당시에도 기름 범벅인 침목의 사용이 논란이 됐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름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설치가 강행했다.

울산 환경운동단체의 한 관계자는 "크레오소트로 방부 처리한 철도 침목은 그 유해성으로 인해 철로에는 콘크리트 침목 등으로 교체됐지만 오히려 폐기돼야 할 폐침목이 자연생태계 한복판에 깔린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원관리를 맡고 있는 울주군은 "공원관리를 위해 매년 등산로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폐침목도 조금씩 교체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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