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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외할머니 집 왔다가"…8살 아이 희생 산사태 휩쓴 담양 마을 '착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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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살면서 이런 재난은 처음…벼락 때문 같기도"

담양군 "피해 복구 우선…원인 파악 나설 것"

뉴스1

9일 오후 전남 담양 무정면 봉안리 마을에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주택과 차량 등이 매몰돼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8.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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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1) 황희규 기자 = "광주에 사는 딸이 주말에 한 번씩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안타깝게 사고를 당했지."

9일 전남 담양군 무정면 봉안리 마을. 큰 나무 아래 평상에 모인 마을 주민들은 전날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발생한 참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한곳에 모여 피해 현장을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는 김모씨(70)는 "마을에서 사고로 사람이 죽어 마음이 많이 안 좋다"며 "숨진 8살 남자아이는 주말에 한 번씩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집을 놀러 오곤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주민들도 "어린아이가 불쌍하게 됐지, 외할머니는 정신적인 충격이 큰 것 같더라. 일어나지 말아야 할 재난이었다"는 등 안타까워하며 한 마디씩 보탰다.

김씨는 "국민(초등)학교 다닐 때 비슷한 피해가 있었지만, 사람이 죽진 않았다"며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벼락이 치지 않고서는 절대 무너질 장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점은 경사가 완만하고 나무도 우거진 곳"이라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벼락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들은 전날 오전 4~5시쯤 산사태가 발생한 것을 인지하고 집 밖으로 대피했다.

집 밖은 전기가 끊겨 칠흑같이 어두웠고, 마을을 가로지르는 세찬 물살로 인해 공포 그 자체였다고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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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전남 담양 무정면 봉안리 마을에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주택과 차량 등이 매몰돼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8.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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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가 휩쓸고 간 마을 일부는 처참했다.

주택이 매몰돼 지붕까지 토사가 쌓여있거나, 산사태에 꺾인 나무가 물살에 휩쓸려 주택을 덮치기도 했다.

승용차와 화물차도 휩쓸려 찌그러지고 유리가 깨지는 등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일부 장소는 파손된 주택 일부와 차량과 리어카 등이 한데 모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큰 나무가 덮쳐 주택 대부분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은 조모씨(68)는 "마음이 아주 괴롭고 착잡하다"고 짧게 심경을 밝히고 하염없이 집을 바라봤다.

담양 대전면이 고향이었던 그는 광주에서 거주하다가 해당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 6개월 전 2억원을 들여 주택을 지었다.

다행히 산사태 당시 조씨는 해당 주택을 비우고 광주집에서 하루를 묵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조씨에게 "집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세상을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집을 비워 목숨을 건졌으니 힘내길 바란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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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전남 담양 무정면 봉안리 마을에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한 주택이 처참하게 파손돼 있다. 2020.8.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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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날 담양에 지난 7일부터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마을 인근 산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8살 남자아이가 실종 8시간30분 만에 숨진 채 발견되는 등 담양지역에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도로와 하천, 제방·저수지, 문화관광시설 등 공공시설 116개소(피해액 196억4000만원)와 주택, 상가, 농업용시설 등 사유시설 2371개소(170억원)가 피해를 입었다. 임야도 유실돼 50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담양군 관계자는 "가장 우선적으로 피해 복구를 하고난 뒤 산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h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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