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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이틀째 물에 잠긴 유골함… 유족들 울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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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림동 납골당 침수현장

지하층 납골묘 1800기 물속에

“업체 사무집기 먼저 챙겨” 분통

유족 “업체·당국 과실 따져야”

세계일보

최근 폭우로 침수 피해가 난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사설 납골당에서 9일 유가족이 유골함을 수습해 품에 안고 있다. 연합뉴스


“유골함이 아직도 물속에 잠겨 있어요.”

9일 오전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추모관(납골당). 꼬박 하룻밤을 지새운 유가족들은 분노 속에 울음을 참지 못했다. 유가족 100여명은 배수작업이 늦어지면서 유골함이 이틀째 물에 잠겨 있다는 얘기를 듣자 “어떡해”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일부 유가족들은 가족들을 부둥켜안고 망연자실했다.

이 납골당이 물에 잠긴 것은 광주에 500㎜가량의 폭우가 쏟아진 8일 오후 6시쯤. 광주 북구 동림동 영산강 둔치의 지하층에 자리한 납골당에 환풍기 등을 통해 들어온 빗물과 강물은 어느새 천장까지 차올랐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납골당 가운데 지하에 있던 납골묘 1800기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납골당 업체가 납골묘의 침수 사실을 뒤늦게 알려 유가족들의 분통을 샀다. 문자메시지로 침수 사실을 통보받은 유가족 100여명은 한걸음에 납골당으로 달려왔다. 유골함이라도 찾기 위해 달려와 밤을 새웠지만 허사였다.

일부 유가족들은 업체의 뒤늦은 대책에 거칠게 항의했다. 침수 전날 납골당을 찾은 유가족들은 “지하층이 완전히 잠기기 전에 유골함을 수습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유가족들은 “납골당이 침수됐는데도 직원들은 유골함이 아닌 사무 집기부터 옮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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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유족들 9일 광주 북구 동림동의 한 납골당 앞에 유골함 안전 여부를 확인하려는 유가족들이 모여 있다. 광주=연합뉴스


납골당의 물을 빼는 배수작업은 쉽지 않았다. 납골당 배수는 비가 그친 이날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가족들이 이날 오전 1시쯤 직접 양수기 7대를 동원해 물빼기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전 5시30분쯤 살수차와 소방차 등이 추가로 투입돼 양수작업을 벌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육군 31사단의 장비와 인력지원을 받으면서 배수 작업이 빨라졌다. 이날 정오쯤 지하층 3단 납골묘까지 수위가 내려갔다. 납골당의 물이 어느 정도 빠지자 유가족들은 감전 등 안전을 고려해 유가족 대표 1명씩만 납골당에 들어가 유골함과 유품을 들고나오기로 했다. 유가족 대표들이 추모관에서 유골함을 들고나오자 또다시 울음바다가 됐다. 유골함을 품에 안은 한 유가족은 “추워서 어떻게 있었느냐”며 불효자식을 용서해 달라고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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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우로 침수 피해가 난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사설 납골당에 9일 유골함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려는 유가족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들은 배수 작업이 끝나면 납골당에 들어가 유골함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광주시와 업체는 유골함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재화장해 다시 봉안한다는 방침이다. 유가족은 “이번 침수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라며 “업체뿐 아니라 행정당국의 과실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납골당 업체 관계자는 “유가족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 유골함을 다 옮기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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