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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르포]진흙범벅 인삼밭·가재도구들…금산 침수 마을 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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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방류 침수피해 제원·부리면 주민들 "수위조절 왜 못했나" 분통

물먹은 인삼에 망연자실 "특별재난지역 금산 포함돼야" 한목소리

뉴스1

인삼밭 전체가 침수되면서 인삼 햇빝가림막이 온통 흙으로 얼룩져 있다.© 뉴스1 심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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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스1) 심영석 기자 = "가슴이 무너지네요. 진흙더미에 주저 앉은 인삼밭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 7일부터 9일 새벽까지 139㎜의 폭우와 용담댐 방류로 침수 피해를 입은 금산군 제원면, 부리면 일대 92가구 220여명의 주민들은 온통 진흙 범벅이가 된 가재도구를 보며 망연자실했다.

더구나 주민들의 가슴을 더욱 무너지게 한 것은 애써 가꾼 인삼들이 물을 잔뜩 머금고 진흙밭에 나뒹구는 모습이었다.

젊은이들은 보이지 않고 60~80대 노인들만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하나씩 하나씩 챙기고 있었다. 물에 잠겼던 인삼들을 조금이나마 건져보겠다는 심정으로 물길을 내고 있는 모습은 숙연함까지 느끼게 했다.

기자가 9일 오후 찾아간 제원면 제원리 일대는 이날 새벽까지 거센 수마가 할퀸 자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맑은 하늘과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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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리 마을 경로당로 침수돼 어르신들의 쉼터가 사라졌다. 사진은 경로당 앞에 설치돼 있는 정자가 침수돼 뿌옇게 흙이 말라 붙은 모습이다© 뉴스1 심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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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대피 숙소에 앉아 있을 틈도 없이 주민들은 물로 가득 찼던 집안을 정리하는 한편 비닐하우스와 인삼밭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던 이곳 주민들은 용담댐 방류량 조절 실패가 침수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한결같은 불만을 내놨다.

제원면 제원리 주민 A씨(64)는 “4대강 사업으로 수로가 잘 정비돼 그간 물난리는 없었다. 장마가 오랜 기간 지속된 만큼 미리미리 수위를 조절했다면 이렇게 한꺼번에 방류할 일은 없었을 것 아니냐”라며 “늘 일이 터진 다음에 대책을 세우는 행정기관을 이제는 믿지 못하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흙더미가 휩쓸고 가 못쓰게 된 인삼 햇빛가림막을 거둬내며 고랑고랑 물길을 내고 있던 주민 B씨(72)는 “인삼은 물을 먹으면 금방 썩는 등 관리가 쉽지 않다. 상품성이 떨어지더라도 조금이나마 건져보자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며 “방류만 미리 했더라도 이런 피해는 없었을 거다”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제원면 보다 더 남쪽에 위치한 부리면 수통리, 평촌리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딸기 등을 재배하던 비닐하우스의 겉은 흙으로 온통 뒤덮인 것은 물론 일부는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또 하천 인근에 위치해 물살이 더 셌던 탓인지 한 인삼밭은 아예 햇빛가림막이 완전히 쓰러져 있었다.

부리면 평촌리 주민 C씨(78)는 “애써 가꾼 인삼밭이 하룻밤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며 “일할 젊은이나 외국인도 없어 어떻게 복구해야 막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비단 인삼밭 뿐만 아니라 부리면 3개마을 일대 181㏊와 제원면 5개마을 인근 258㏊ 등 농경지 439㏊도 물에 잠겨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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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면 평촌리 한 하천의 모습. 용담댐의 방류로 하천이 범람한 것으로 보인다. 다리 외벽 곳곳에 수초가 걸려있는 모습이다.© 뉴스1 심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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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속되는 폭우에 용담댐 방류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금산군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필요하다는 군민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지난 8일 아산 수해복구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천안·아산시와 함께 금산군과 예산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부터 전북 및 경남 북부지역 폭우로 용담댐은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초당 300톤 →700톤→1500톤으로 방류량을 급속히 늘려나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금산군 부리면, 제원면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215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농작물이 유실되는 등 매우 큰 피해를 입었다.
km503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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