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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문 대통령, 참모들 사의에 ‘장고’…정무·민정 등 먼저 바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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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수용 폭·대상 설왕설래

국정공백 우려 ‘순차적 수리’ 유력

노영민 실장은 나중에 교체할 듯

후임에 최재성·양정철·우윤근 거론

청 “노무현 정부 4년차때 떠올라

지금 여론도 심각해 반려 어려워”


한겨레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5명이 사의를 표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9일 오후 장맛비가 내리고 있는 청와대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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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여론 악화 등에 책임을 지고 집단 사의를 표명한 노영민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의 거취 문제로 막판 고심을 하고 있다. 9일 청와대에서는 사의 수용의 폭과 대상을 두고 참모진 사이에 온종일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청와대에선 참모진 집단 사의 표명의 배경이 된 부동산값 폭등이 노무현 정부의 레임덕을 가속화한 2006년 부동산 파동과 시기·양상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영민 실장 등 사의를 표명한 참모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청와대 일일상황회의에 모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7일 사의를 표명한 참모진은 노 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6명이다. 애초 이날쯤 사의 수용의 폭과 대상자가 공개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결단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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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국면전환용 조직 개편을 싫어하는 문 대통령이지만, 지금은 여론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사의를 모두 반려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46%로 긍정 평가(44%)를 3주 연속 앞질렀다. 불과 3개월 전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가 71% 대 21%였음을 고려하면, 하락 폭과 속도 모두 좋지 않다.

대통령의 ‘장고’를 바라보는 청와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의 흐름은 부동산 광풍으로 어려움을 겪던 노무현 정부 4년차 때를 떠올리게 한다. 2006년 당시 서울 아파트값이 20% 가까이 치솟으면서 정부와 청와대가 어떤 민심 수습책을 내놔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실제 2006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19.7%(국민은행 집계) 올랐고, ‘버블세븐’ 지역 일부는 50% 넘게 폭등하면서 지지층 이탈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다만 노 전 대통령 지지율이 당시 10%대 중반까지 떨어진 것과 달리 문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핵심 지지층이 아직 이탈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단단한 지지층에 더해 야당의 약한 경쟁력이 문 대통령 지지율의 급격한 하락을 막아주고 있다. 야당이 강력했다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금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이 추가적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해 참모진의 사의를 큰 폭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그 경우에도 국정운영의 급격한 공백을 막기 위해 순차적으로 사표를 수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민정·인사 수석을 모두 교체하면 그만큼 후임 인선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어, 정무·민정·국민소통 수석 등을 먼저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들 3명의 수석 교체 후 적당한 시점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노 실장 후임을 찾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번주 초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노 실장의 후임으로는 최재성 전 의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 등이 거론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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