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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도망자' 카를로스 곤 전 회장, 베이루트 폭발에 '노숙자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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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탈출해 지난해 말 레바논행

"베이루트 폭발로 저택 무너져"

곤 측근은 “파괴된 건 아냐” 부인

지난해 말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이 ‘노숙자 신세’가 됐다고 일본 매체가 보도했다.

9일(현지시간) 일본 데일리 겐다이 디지털에 따르면 지난 4일 베이루트항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로 곤 전 회장의 현지 저택도 완전히 파괴됐다. 이후 그는 베이루트 도심에서 교외로 빠져나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중앙일보

베이루트 폭발 참사로 집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카를로스 곤 전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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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태생으로 레바논계 혈통인 그는 베이루트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일본에서 횡령 혐의 등으로 자택에 감금됐지만 지난해 말 탈출해 베이루트로 돌아왔다. 이후 베이루트의 호화 저택에서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곤 전 회장의 아내는 5일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은 안전하지만, 집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피해 정도가 집이 완전히 파괴될 정도였다는 것이다.

곤 전 회장의 집은 폭발 현장에서 5㎞ 떨어진 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베이루트항에 수년간 보관돼 있던 질산암모늄이 폭발해 지금까지 158명이 숨지고, 6000여 명이 다쳤다. 폭발 현장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건물의 창문이 산산조각이 나고, 240km 떨어진 섬나라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로 폭발은 강력했다.

집이 무너지면서 곤 전 회장의 레바논 현지 체류가 힘들어졌지만, 그의 재탈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겐다이 디지털의 분석이다. 레바논과 가까운 이스라엘‧시리아나 터키 등으로 빠져나가는 국외 탈출 방법이 있지만, 해당 국가들은 전쟁을 겪고 있거나 이슬람국가(IS) 등의 점거로 탈출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터키는 이미 곤의 일본 내 탈출을 도왔던 일행 7명을 억류하고 있다.

겐다이 디지털은 이번 베이루트 폭발 참사가 불러온 정치‧경제적 혼란으로 레바논 내 빈곤층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곤 전 회장과 같은 특권층이 혐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때문에 일본 당국의 사법처리를 피해 간신히 탈출한 곤 전 회장이 다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는 게 일본 언론의 관측이다.

하지만 8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의 측근은 "이웃의 다른 많은 집들처럼 집이 손상은 되었지만 완전히 파괴된 것은 아니다"라며 곤 전 회장의 집이 파괴됐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다가 같은 달 29일 감금돼 있던 집을 탈출해 터키를 거쳐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그가 악기 가방에 몸을 숨겨 집을 빠져나왔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으나 자택을 혼자 버젓이 걸어 나오는 모습이 감시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베이루트에서 “나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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