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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북한군, 남한 예보 듣고 빨래 걷는다?... 北에도 '날씨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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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리영남 북한 기상수문국(기상청) 부대장이 지난 4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각 지역 호우주의보 상황을 알리며 피해 예방을 당부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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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도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돼 긴급한 호우 주의보 등은 문자로 알려줍니다. 날씨 애플리케이션(앱)도 있어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과거 북한은 체제 이미지에 부정적인 수해 피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기상예보 시스템 자체가 부실해 피해가 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랐다. 하지만 최근 집중호우와 관련해서는 앱을 통해 사전 예보를 강화하는 등 달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 기상 관측 장비들이 노후돼 예보에 대한 정확성은 떨어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북한 기상수문국(기상청)은 5호 태풍 '장미'의 북상으로 (한반도에 걸쳐 있는)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이동해 전날부터 북한 내륙지방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0일까지 북한의 남강ㆍ임진강ㆍ예성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에 100∼150㎜, 개성과 강원 내륙 일부는 300㎜ 이상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와 달리 북한 당국은 이런 일기 예보를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전하는 모습을 선전하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 보도에 따르면, 기상수문국은 지난해부터 '날씨 2.0' 앱을 만들어 주요 지역의 현재 날씨와 단기ㆍ중기 예보 등을 제공 중이다. 앱을 통해 날씨 정보가 약 15분 간격으로 업데이트된다. 또 각 지역의 강수량과 일조율 등도 도표나 분포도 형식으로 알려준다.

최근 폭우와 같은 비상 상황에선 기상수문국 직원들이 조선중앙TV나 조선중앙방송(라디오)에 출연해 날씨 정보를 직접 설명한다. 이런 변화된 모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행보다. 김 위원장은 태풍 '링링'이 상륙했던 지난해 9월 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자연 재해 발생시농업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기상 예보 활성화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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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소개한 기상수문국(기상청)의 휴대전화 날씨 정보 애플리케이션인 '날씨 2.0' 선전 화면.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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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상수문국 예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기상관측 시설 노후화로 정확한 예보를 기대하기 어렵고, 여름철 게릴라성 폭우 등 기상이변이 늘면서 예보가 아예 빗나간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한 탈북민단체 관계자는 "몇년 전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확성기 방송을 할 땐 '남측이 날씨정보를 알려줘야 북한군이 빨래를 걷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예보 적중률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1975년 세계기상기구(WMO)에 가입했으나, 기상 정보도 민감한 군사 정보로 여겨 제공하지 않는 등 국제 협력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북한은 자체 기상 관측 위성이 없어 중국ㆍ러시아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할 수밖에 없고 각종 첨단 장비도 도입하지 못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남측 예보 기술보다 20~30년 가량 뒤처져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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