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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그 몸매에 짧은 치마는 아니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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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 지적질’ 시달리는 여성 직장인들

직장갑질119 “성추행으로 이어져”

세계일보

#. 직장인 A씨는 매일 자신의 옷차림을 품평하는 팀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팀장은 “이 가방은 아줌마들이 시장바구니로 드는 거니까 들지 말라”거나 “이런 옷 말고 다른 걸 입으라”면서 지적을 일삼는다. 거기에 “뒷모습을 보니 엉덩이가 토실토실해졌다”며 성희롱까지 서슴없이 한다. A씨는 “유별나게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왜 옷차림 지적에 몸매 평가까지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원피스를 입고 국회에 등원했다가 지나친 비난과 성희롱성 발언을 들은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A씨의 공통점이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장 내 옷차림이 도마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들처럼 많은 여성 직장인들은 오늘도 ‘복장 지적질’에 시달리고 있다.

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에서 여성들이 옷차림을 이유로 모욕이나 성희롱을 당했다는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여성 직장인들이 옷차림을 지적받는 건 ‘TPO(Time Place Occasion·시간 장소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가 아니었다. 피해 사례에서 직장인 B씨는 “청바지를 입으면 청바지를 입었다고 뭐라고 하고, 치마를 입으면 그 몸매에 짧은 치마는 아니지 않냐고 뭐라고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C씨는 “옷차림을 지적하는 기준은 사장님 마음”이라면서 “치마를 입으면 무릎 위로 3cm 이상 올라가면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옷차림 지적질’은 젊은 여직원에게 집중되고, 이는 성희롱과 성추행으로 이어진다”면서 “국회의원조차 공격당하는 데 일반 직장의 이름 없는 여성 직장인들이 겪어야 할 갑질과 성희롱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제보에서 옷차림에 대한 지적을 비롯해 성희롱 등 갑질을 당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수면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이 단체는 “복장에 대한 지적은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직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인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면서 “표현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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