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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인은 정말 까다로운 협상가, 미국인들 혀 내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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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은 워싱턴 아태전략센터 대표

청와대·유엔사·주한미군사 근무

“방위비분담금 협상 일희일비 안돼

한미훈련 않는 건 수술 안해본 의사”

중앙일보

김희은 대표는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실용적 외교전략이 절실하다“고 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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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협상에 들어간 미국인들은 협상장을 나오며 한국인들은 정말 ‘까다로운 협상가(Tough negotiator)’라고 혀를 내둘러요.”

김희은(41)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Center for Asia Pacific Strategy) 대표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국이 한국을 동등한 협상의 대상이자, 상대하기 몹시 어려운 고도의 전략가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지난해 여름 책을 쓰러 미국에 갔다가 지난 2월 아예 워싱턴DC에 한국인 최초로 다국적 싱크탱크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를 세웠다. 아·태 지역 각 국가 현실에 맞는 개별적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게 목표다. 2011~2012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기획관실에서 근무한 그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사령관 시절 한국인 최초 유엔사 군수과장을, 2017~2019년에는 유엔사·한미연합사·주한미군사 사령관전략보좌단의 정치·군사협력 부국장을 지냈다.

김 대표는 최근 교착상태인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해 “협상 과정을 내부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며 “미군이 전 세계에 많은 군사를 보내고 이를 감축하거나 순환 배치하는 문제는 수십 년 동안 논의해온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 분담금 협상은 해결 가능한 이슈다. 냉철한 머리로 임하되,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호주·영국은 물론, 베트남·싱가포르 등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과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의 실용적 외교전략을 강조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정치이념과 국민통합 문제로 혼란이 크다. 민주주의의 국제규범이 흔들리지 않도록,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다.

김 대표는 또 “내부적으로 과거 역사 문제를 건설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한·일 관계 얘기다. 그는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이 파인 이슈가 많지만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에 매우 필요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선 “군대가 훈련하지 않는 건 의대는 나왔지만 수술해본 적도 없는 의사를 만드는 것과 같다”며 “한·미 연합훈련을 전작권 전환이나 주권과 연계해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연합사령부 근무 당시 군복을 입고 키리졸브 등 훈련에 모두 참여해봤다고 한다.

북한 당국과 한국 정치권 일각의 한·미 워킹그룹 해체 주장에는 “워킹그룹은 한·미 간 대북정책을 논의하는 실무자 간 격의 없는 소통 통로로, 이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킹그룹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라고도 했다.

한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에 그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우리가 믿고 싶은 대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에 보내야 하는 메시지는 한국은 강한 동맹이 있으며 도발 시 강하게 대응할 것이란 점, 그럼에도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함께 가야 한다는 두 가지”라고 제안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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