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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내 연구진,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 기업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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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 바이오 기업에 항원 4종 공급

‘신속진단키트’ 항체진단기기… 정확하지만 비싸고 오래 걸리는

‘유전자증폭’ 방식 보완재로 떠올라

동아일보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에서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항체진단기기를 실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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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EUA) 제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한 국내업체가 수출한 제품을 회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FDA가 제시한 정확도 기준인 80%를 만족시키지 못해 목록에서 이름이 빠진 것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장비는 흔히 ‘신속진단키트’라고 불리는 항체진단기기다.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종인 ‘항원’을 기기에 심어놓고 이 항원과 결합하는 체내 면역 단백질(항체)의 존재 여부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진단한다. 값이 싸고 10분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어 많은 기업이 앞다퉈 개발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정확도가 낮다는 게 단점이다. FDA는 이를 고려해 현재 정확도가 80%만 넘어도 긴급사용승인을 하기로 했지만, 이 기업의 제품은 이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해 탈락한 것이다.

기술적 한계로 항체진단기기의 정확도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기업을 위해 연구진들이 나섰다.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 항원 4종을 기업에 원가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이달 4일 밝혔다. 신용범 바이오나노헬스가드연구단장은 “전염성 감염병을 신속하게 진단하는 기술의 빠른 개발을 지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체진단기기는 최근 전 세계 보건당국과 기업이 주목하는 진단기기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에 ‘표준’으로 사용하는 진단기기는 코에 면봉을 넣고 검체를 채취해 유전자를 증폭한 뒤 진단하는 ‘유전자증폭(PCR)’ 진단기기다. 진단 정확도가 95%로 높다. 하지만 진단까지 여러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과 감염된 뒤 회복한 사람을 구분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항체진단기기는 이런 단점을 상쇄할 수 있어 PCR 방식의 보완재로 떠오르고 있다. 진단기기 분석 비영리단체 FIND에 따르면 이달 6일까지 전 세계 보건당국에 등록된 항체진단기기는 330개에 달한다. FIND에 등록된 PCR 진단키트 수인 354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 허가를 받아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는 항체진단기기 기업도 20곳이 넘는다. 하지만 6일 현재 아직 미국 FDA의 EUA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연구자들은 항체 진단키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항체를 잡아낼 좋은 항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항체가 잘 결합하는 코로나바이러스 항원 부위를 찾아내는 게 핵심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크게 끝부분이 뭉툭한 돌기 모양으로 세포에 침투할 때 쓰는 스파이크 단백질(S)과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담은 핵산(RNA)을 속에 감추는 외피단백질(E)·막단백질(M), RNA와 엉켜 있는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N)로 이뤄져 있다.

이 중 S단백질과 N단백질이 항체와 잘 반응한다. N단백질은 코로나바이러스에서 가장 양이 많은 단백질이다. S단백질은 외부로 튀어나와 있고 세포와 결합하는 특성이 있다. 연구단은 S단백질에선 머리 부분인 ‘S1’ 단백질과 인간 세포의 안지오텐신결합효소2(ACE2)에 결합해 바이러스 침투를 돕는 수용체결합부위(RBD) 단백질을 만들었다.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에선 실험을 거쳐 항체와 잘 결합하는 단백질 N1, N2를 찾아냈다.

항원 여러 개를 조합해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신 단장은 “처음엔 N단백질로도 항체 형성만 되면 100% 잡아냈는데 S단백질을 함께 쓰면 감염 초기에도 검출하기 유리하다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기업 중에는 연구단이 제공하는 항체로 2개 기업이 FDA에 EUA를 신청했다. 14개 기업은 기기 개발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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