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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루키'만 되면 고난의 행군 김광현 이번에도 OTL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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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이던 지난달 25일(한국시간) 피츠버그전에 마무리로 나서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미 미주리주)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장강훈기자] ‘스마일 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13년 만에 또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내용은 다르지만 ‘루키’ 시즌 악몽이 또 자신을 괴롭히는 모양새다. 씩씩하게 털고 일어난 19세 소년 시절처럼 올해도 김광현 이름 석 자를 세계에 알릴 수 있을지 눈길이 모인다.

메이저리그(ML) 데뷔 시즌을 시작한 김광현은 정규시즌 개막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스프링캠프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사실상 고립 생활을 했다. 지난달 24일(한국시간) ML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마무리 투수로 보직이 바뀌었고,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치러 세이브를 따내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이후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4선발로 보직이 바뀌면서 막혔던 혈이 뚫리나 싶었다. 하지만 마이애미 선수단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이 소속팀인 세인트루이스에도 영향을 끼쳐 또 뒷걸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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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12일 플로리다 로저딘 셰보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9일 현재 세인트루이스는 선수 9명, 관계자 7명 등 총 1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당장 8일부터 10일까지 치를 예정이었던 시카고 컵스와 3연전이 연기된 데 이어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릴 예정인 피츠버그와 3연전까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루이스 존 모젤리악 사장은 이날 “현시점에서 우리 구단의 미래가 짐작되지 않는다”는 말로 절망적인 상황을 표현했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개인훈련을 하고 있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5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한 세인트루이스는 자칫 정규시즌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없는 위기에 빠졌다.

ML 시범경기 때부터 빼어난 구위로 기대감을 높인 김광현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KBO리그에서 ML로 무대를 옮겨 다시 한번 선의의 라이벌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류현진(33·토론토)은 초반 악전고투를 뚫고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모양새라 13년 전이 떠오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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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루키시절인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 7회말 2사 후 두산 홍성흔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크게 포효하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2007년 당시 SK에 입단한 김광현은 ‘초고교급 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1년 먼저 KBO리그에 입성한 류현진(당시 한화)은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신인왕과 정규시즌 MVP, 투수 3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오르며 ‘괴물의 시대’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왼손 강속구 투수가 귀한 시절이라 김광현의 등장은 류현진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 딱 좋은 뉴스였다. 당시 지휘봉을 잡은 SK 김성근 감독이 모든 스케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용인하는 파격을 감행했지만, 데뷔전이던 4월 10일 문학 삼성전에서 4이닝 8안타 3실점으로 쓴맛을 봤다. 1군에서 두 달간 이렇다 할 활약을 못 하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류현진은 한화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성장 가속 페달을 밟던 터라 직접 비교되기도 했다. 김광현은 당시를 “이대로 야구가 끝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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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데뷔시즌 초반을 견딘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우승 자격으로 참가한 코나미컵에서 일본 취재진의 집중 조명 대상으로 떠올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선수 생활을 하면서 처음 겪은 시련이었지만 김광현은 루키시즌 ‘가을의 사나이’로 우뚝 섰다. 제구가 안 되면 인상을 쓰던 습관도 미소로 고쳤다. 힘 빼고 가볍게 던지는 훈련으로 구위를 회복했고, 감정을 제어하기 시작하자 성적이 따라왔다. 그는 ‘나를 욕하던 사람들에게서 환호받는 것.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말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실제로 김광현은 개인 성적은 류현진보다 크게 뒤처졌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는 먼저 거머쥐었다. 이후로도 크고 작은 부상에 발목을 잡힐 때마다 ‘OTL(좌절금지)’이라는 스티커를 장비 가방에 붙이곤 보란 듯 툭툭 털고 일어나 특유의 미소를 마운드 위에서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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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6월 당시 치열한 선두경쟁 속에 에이스 역할을 해야 했던 김광현은 자신의 가방에 ‘걱정 금지’ 스티커를 붙이고 다녀 눈길을 끌고 있다.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US투데이는 ‘피츠버그와 3연전이 취소되면 세인트루이스는 올시즌 배정된 60경기를 모두 치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시즌 5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한 터라 11일부터 경기를 재개하더라도 49일 동안 55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소화해야 한다. 컨디션 조절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시즌이지만 김광현은 선발진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 고난에 빠졌을 때 훨씬 빛났던 김광현의 ‘OTL(좌절금지) 정신’이 ML 무대에서도 발휘될지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김광현의 ML 데뷔시즌 성패가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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