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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출 필요하시죠"에 속아 카드론 빼 바쳤다…보이스피싱, 50대가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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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사람 4명 중 3명이 대출을 빙자한 사기에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피해자는 사기범에게 돈을 가져다 주기 위해 주로 카드사와 캐피탈사에서 새로 대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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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그래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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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넷 중 셋 "대출 필요하죠"에 당했다



10일 금융감독원이 2017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의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신청 피해자 총 13만5421명의 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들 중 76.7%에 달하는 10만3929명이 대출빙자형 사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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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보이스피싱 피해자 현황.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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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빙자형 사기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금융기관을 사칭해 "대출을 해주겠다"며 접근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사기범은 주로 피해자에게 "신규 대출을 실행하려면 기존 대출을 먼저 갚아야 한다"거나 "수수료를 먼저 내야 한다"며 대출을 위해 돈을 구해오라고 요구한다. 혹은 대출에 필요하다는 핑계로 피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휴대폰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한 뒤, 이를 통해 피해자 개인정보 등을 빼내 직접 대출을 신청한 뒤 돈을 인출해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



수사관·조카 사칭에도 3만명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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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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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23.3%(3만1492명)는 사칭형 사기 피해를 입었다. 사칭형 사기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검찰·경찰·금감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 사칭 유형 또는 자녀·조카 등을 사칭하는 가족 사칭 유형으로 구분된다. 기관 사칭형의 경우 "계좌정보가 범죄에 연루됐다"고 말해 피해자의 불안을 조장한 뒤 "모든 돈을 빼 특정(사기용) 계좌로 옮겨야 안전하다"고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사칭형은 주로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다. 사기범이 피해자 가족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을 그대로 옮겨다 박은 메신저 계정을 만들어 피해자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건 뒤 "이모 난데, 급하게 쓸 돈 좀 빌려줘"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50대 가장 취약…신용등급별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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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및 성별 보이스피싱 피해자 현황.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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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32.9%)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40대(27.3%)와 60대(15.6%)가 각각 취약했다. 대출빙자형의 경우 50대(33.2%), 40대(31.4%), 30대(16.1%) 등 자금수요가 많은 40~50대 피해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사칭형의 경우 50대(32.0%), 60대(24.3%), 40대(13.6%) 등 상대적으로 고령인 50~60대 피해비중이 높았다. 성별 피해비중은 남성(51.6%)과 여성(48.4%)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피해자의 신용등급 분포는 사기 유형별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대출빙자형의 경우 7~10등급 저신용자가 58.5%로 가장 큰 피해 비중을 차지했으며, 4~6등급 중신용자는 36.4%, 1~3등급 고신용자는 4.8%를 각각 차지했다. 사칭형의 경우 고신용자 피해가 65.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저신용자 피해 비중은 6.1%에 불과했다.



피해자들, 사기범 주려고 카드론 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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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빙자형 피해자 금융권 신규 대출 현황.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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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권 대출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이 피해자의 피해금 이체일 기준 3일 이내 금융권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피해자가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은 총 2893억원에 달했다. 이는 대부분(91%) 대출빙자형 피해자에게서 발생했다. 대출빙자형 피해자들은 2017년까지만 해도 대부업체(43.8%)에서 신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카드사와 캐피탈사를 더 많이 찾았다. 올해 1분기에는 전체 금융회사 가운데 카드사(48.2%)와 캐피탈사(20.6%) 대출 비중이 68.8%에 달했다.

금감원은 이번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금융회사별로 대고객 맞춤형 안내를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고객 피해자금이 집중된 카드·여전사 등 제2금융권이 대출을 취급할 경우 보이스피싱 예방 문진을 강화토록 하는 한편, 잠재 취약고객을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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