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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평양에 사는 은아입니다” 유튜브 타고 진화한 北 대외선전[송홍근 기자의 언박싱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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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아입니다.”

평양에 사는 ‘은아’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 녹음실에서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부릅니다. 곡은 북한 가요 ‘푸른 버드나무’. 2018년 4월 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봄이 온다’에서 소녀시대 멤버 서현이 불러 화제가 된 곡입니다.

은아가 등장하는 동영상은 유튜브 계정 ‘진실의 메아리(Echo of Truth)’가 업로드합니다. 은아는 유창한 영어로 북한의 이모저모를 전달하는데요. 리춘희 앵커로 대표되는 조선중앙TV의 틀에 박히고 무거운 선전·선동 방식과 대조됩니다.

평양이 초국적 플랫폼 ‘유튜브’를 활용해 선전·선동에 나섰습니다. 대표선수 격이 진실의 메아리입니다. 이 채널 구독자는 10일 현재 2만2800명. 은아가 진행하는 동영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멘트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일화도 알려드릴게요” 입니다.

진실의 메아리가 첫 동영상을 게시한 건 2018년 7월 18일. 그러곤 행진곡풍 음악을 배경으로 평양의 이모저모를 촬영한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11월 은아가 등장하면서 일신합니다. 은아는 꽃무늬 블라우스에 트렌치코트를 입는 등 한국 여느 방송인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세련된 차림새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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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의 평양 여행 시리즈’는 은아가 영어로 진행합니다. 자막은 한글인데 글씨체가 북한 매체가 주로 사용하는 북한산 청봉체, 천리마체가 아니라 한국산 ‘아래아 한글’의 테나무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은아는 팩트체크 형식으로 “조선에는 확진자가 1명도 없다”면서 해외 언론의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반박합니다. 평양 대성백화점에 쌓여 있는 물건을 뽐내면서 제재에도 경제가 건재하다고 선전합니다. 김정은을 우상화하고 정권의 치적을 홍보하는 게 이 채널의 목적입니다.

북한의 또 다른 대외 선전 유튜브 채널 ‘New DPRK(새로운 조선·今日朝鮮)’에는 ‘수진이’라는 어린이가 등장합니다. 중국어 자막에서 미뤄볼 수 있듯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체제 선전 채널인데요. 브이로그(VLOG) 콘텐츠가 많습니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일상을 촬영한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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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이네가 거주하는 최신식 타워형 아파트에는 최첨단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거실에는 대형 소파가 놓여 있으며 러닝머신, VR(가상현실) 게임기 등 운동기구와 가전제품도 완비했습니다. 수진이는 일본산 야마하(YAMAHA) 피아노로 ‘우리는 꽃송이 우린 꽃나비’ 같은 북한 동요를 연주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유튜브는커녕 인터넷에도 접속하지 못합니다. 양강도 출신 탈북 청년 김정수(24) 씨는 “북한의 보통 사람들이 수진이네가 사는 모습을 보면 그 호사스러움에 분노할 것”이라면서 “한국이나 서구를 겨냥한 선전 영상에 속으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유튜브를 선전·선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에 북한 체재를 홍보하는 동시에 평온한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경제제재 속에서도 건재함을 알리려는 것입니다. 북한 유튜브 채널의 본질이 체제 선전인 만큼 경각심을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언박싱평양’ 21화 유튜브 편은 은아, 수진이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인턴들과 함께 시청하면서 북한의 선전·선동을 들여다봅니다. 진화한 방식의 김정은 우상화와 체제 홍보는 어떤 모습일까요. 동영상에서 확인해보십시오. 유튜브에서 ‘언박싱평양’을 검색하면 1화~20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최창근 신동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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